[문화산책] 누이 좋고, 매부 좋고

  • 장은주 뮤지컬 배우·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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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19  |  수정 2022-10-19 07:30  |  발행일 2022-10-19 제17면

[문화산책]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장은주〈뮤지컬 배우·연출가〉

조선 왕조 역사상 처음으로 '신하'가 주도해 '왕'을 몰아낸 반정의 효시. 중종반정이다. 올해는 '중종반정'을 두 번이나 다루었다. 댄스 컬 '7일의 왕후'와 뮤지컬 '벚꽃, 그 찬란한 이름의 주인'이다. 한 번의 연구로 두 작품을 창작했으니, 그야말로 '도랑 치고 가재 잡고' '꿩 먹고 알 먹고' '임도 보고 뽕도 따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신수근의 입장에선 중종반정은 '누이 죽고 매부도 죽고 덤으로 딸까지 죽이는' 참변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신수근의 누이는 연산군의 비(妃)고, 딸은 중종의 비(妃)다. 성종은 두 아들을 각각 신수근의 누이와 딸에게 장가를 보내 이중 사돈 관계를 맺었으니. 당시 신씨 가문의 권세야말로 '말해 뭐해 내 입만 아프지!'다.

근데 참으로 기이한 것은 신수근 형제들은 반정 계획을 다 알고 있었단다. 거사 직전까지도 "비록 임금이 포악하긴 하지만 세자가 총명하니 염려할 것 없다"라며 못 박았단다. 세 번이나 거절했단다. 차라리 반정 측에 붙었다면 누이 신씨의 폐위야 어쩔 수 없었겠지만, 딸인 단경왕후의 폐위는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왕의 외척이자 부원군으로 부귀영화를 누렸을 텐데. 역사에서 만약은 없지만, 신수근 입장에선 참으로 안타까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데 그는 왜 반정모의를 알면서도 고변하지 않았을까? 오죽했으면. 처남인 신수근이 봐도 '이건 아니다' 싶었나 보다. 매부 연산군 말이다. 채홍사라는 관리를 두어 전국 팔도의 미녀를 강제로 징발하였고, 횃불 1천 자루를 늘어세워 밤이 낮처럼 밝았다. 흥청(興淸) 수백 명이 늘어앉아 풍악을 연주하니, 백성들은 이를 보고 '흥청은 곧 망청(亡淸)이라!' 말마따나 흥청망청(興淸亡淸)이다. 장녹수 또한 흥청 출신이니 처남인 신수근이 봐도 해도 해도 너무했다 싶었나 보다.

'연산군일지' '중종실록'에서 보이는 신수근 형제에 대한 시평은 시종일관 부정적이다. 하지만 영조실록 125권에는 '신수근은 포은과 함께 충의가 같다' 했다. 고금동충(古今同忠).

옛날 고려에는 정몽주 충신이 있고, 오늘 조선에는 신수근 충신이 있다.

사람은 역시 오래 보고, 두고 보고, 돌아봐야 하는 법이다.
장은주〈뮤지컬 배우·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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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주 뮤지컬 배우·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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