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출근하는 음대 졸업생

  • 곽소영 프란츠클래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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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20  |  수정 2022-10-20 07:40  |  발행일 2022-10-20 제16면

[문화산책] 출근하는 음대 졸업생
곽소영<프란츠클래식 대표>

한국고용정보원이 조사한 4년제 대학교 취업률 하위 10개 학과 중 5개가 음악 관련 학과이다. 이 학과들은 취업률 상위 학과에 절반도 못 미치는 낮은 취업률로 인해 학과가 없어지거나 통폐합이 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어떤 이들은 공연예술계 일자리 문제가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코로나는 백신이라도 있지만, 문화예술계는 저조한 취업률과 일자리 부족 현상 같은 고질적인 문제를 헤쳐나갈 마땅한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취업률이 낮다고 배움의 기회를 축소해버리면 인재가 양성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일자리는 더더욱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정부와 대학 본부는 이 문제를 알면서도 취업률이 부진한 것을 사회 변화와 학과 특성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음대학생 취업률은 20년째 한 자릿수이긴 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전혀 개선하지 못했고, 안타깝게도 취업률이 중요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꿈 많은 학생이 그 피해를 오롯이 떠안게 되었다.

필자가 취업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취업률에 관심이 없었다기보다는 좋은 인재 찾기에 관심이 더 많았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필자가 대표를 맡는 프란츠클래식은 지역대학의 현장실습기관, 한국장학재단의 취업 연계 근로장학기관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매년 음대졸업생 1~2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재학 중 현장실습과 근로장학생 제도를 통해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사회에 일찍 발을 내디딘 학생의 경우 졸업 후 바로 정규직으로 채용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출근하는 음대 졸업생'들은 회사의 핵심 인재로 성장하기도 한다.

필자가 졸업한 음악대학의 전공학과도 내년부터 통폐합이 된다. 전국적으로 음악대학 규모가 축소되고 있어서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예고도 없이, 너무나 급작스러운 결과에 매우 씁쓸하고 공허한 마음이 들었다. 규모가 줄어든 만큼 학생들이 누릴 양질의 교육과 기회도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결국은 더 저조한 취업률로 이어져 대학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순수예술의 가치를 취업률로 평가하는 시대적 흐름을 바꾸는 것은 힘들 것이다. 하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작게나마 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면 충분히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 관련 기업은 꾸준히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음대 재학생은 진로에 대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의 진로와 취업을 위해 음악대학 교수님들의 아낌없는 지원과 관심도 필요하다.
곽소영<프란츠클래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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