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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품 기업 '푸르밀'이 누적 적자로 인해 오는 11월30일로 사업을 종료를 결정했다고 밝힌 가운데 19일 대구 달성군에 있는 푸르밀 대구공장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푸르밀 정리해고 대상자는 일반직과 기능직을 포함 370여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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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밀 노동조합이 대구 달성군 논공읍 푸르밀 대구공장 앞 도로에 부당함을 호소하며 내건 현수막. 강승규 기자 |
19일 오후 2시쯤 대구 달성군 논공읍 푸르밀 대구공장. 다음달 말 사업장이 문을 닫지만, 평소와 다름 없는 차분한 분위기였다. 내부 주차장에는 직원들 차량으로 가득했고, 냉장차들은 수시로 공장을 오갔다. 삼삼오오 모여 있는 직원들도 눈에 띄었고, 외부 흡연 공간엔 말없이 연거푸 담배 피우는 직원들도 있었다.
공장 앞 도로변에는 푸르밀 노동조합이 내건 현수막도 보였다. 현수막에는 '일방적인 정리해고는 결사반대', '경영의 무능함을 정리해고로 회피하지마라', '정리해고 즉각 철회하고 고용 안정을 보장하라'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공장 입구에서 만난 한 남자 직원은 "올해 초 폐업할 수도 있다는 소문은 있었는데, 정말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며 "너무 답답하고 억울하다. 가족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푸르밀 노조는 조만간 집단 시위에 나서기로 했다. 김성곤 푸르밀 노조위원장은 "회사는 성실하게 직원들과 협의하면서 대책을 마련하고 직원들에게도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직원들, 낙농가, 화물차 기사들이 서울 본사 앞까지 상경해 사업 종료와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집단 시위에 들어갈 계획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푸르밀은 전 직원 400여명에게 사업 종료 계획과 함께 정리 해고를 일방적으로 통지하는 이메일을 발송했다. 정리해고 대상은 본사 일반직과 전주·대구 등 공장 생산직 사원 전부로 전해졌다.
업계는 지난 9월 LG생활건강의 인수가 불발되면서 푸르밀이 사업종료 수순을 밟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만 1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2018년부터 영업적자가 누적된 상황에서 매각이 무산되자 사업 종료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푸르밀은 '비피더스', '검은콩이 들어 있는 우유' 제품을 제조하는 유가공 전문 기업이다. 1978년 롯데그룹 산하 롯데유업으로 시작해 범롯데가 기업으로 꼽힌다. 2007년 4월 그룹에서 분사했고 2009년 사명을 푸르밀로 변경했다. 지난해 말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넷째 동생인 신준호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차남 신동환 대표가 단독으로 경영해 왔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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