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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림아 진정한 어른이 무엇인지 아니? 세상을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란다."
순례주택을 읽는 중간, 다 읽고 난 뒤, 난 이 의미에 대해 한참 생각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난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살았다. 엄마 아빠는 맞벌이 부부였기 때문에 나와 동생을 돌봐 줄 시간이 많이 없었다. 어린 시절 난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무럭무럭 받고 자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는 지혜로운 사랑을 주신 분이다. 오랜 시간 많은 삶의 경험을 하셔서 그런지 여유롭고 느긋하셨다. 나와 동생이 잘못을 하면 속상한 마음을 먼저 위로해 주셨고 잘못을 통해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그 사랑은 감히 헤아릴 수 없었고, 하늘보다 바다보다 지구의 모든 것을 더한 것보다도 더 컸다. 난 지금도 그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항상 내 편이 되어주시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감사하다. 수림이가 만난 순례 할머니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지혜로운 사랑을 수림이에게 주셨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할머니와 손녀지만 순례 할머니의 사랑은 수림이가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는 당당한 사람이 되어가는 데 큰 밑거름이 되었다.
책 속의 주인공인 수림이는 나와 비슷한 면이 많다. 같은 중학교 3학년 시절을 보내고 있으며 어릴 때 할아버지에게 맡겨진 뒤 순례씨와 함께 순례주택에서 영혼이 따뜻한 나날을 보냈다. 상황과 처지가 같아서인지 난 책을 읽으며 수림이에 대해 더 공감할 수 있었고 '어쩌면 수림이가 나와 같은 성장통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또래에 비해 의젓한 수림이와 달리 수림이네 가족은 겉만 반지르르할 뿐 생각과 행동이 철이 없다. 수림이뿐 아니라 수림이 가족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순례 주택에 와서 진정한 삶에 대해 배우게 된다.
순례주택의 인물들은 다들 저마다의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다르다. 수림이의 엄마 아빠는 성적, 돈 등이 가장 중요하며 미림이는 자신의 성적, 그에 반해 순례씨는 환경 보호와 혼자 힘으로 성실하게 돈 버는 것 등을 삶의 가치로 여긴다. 중학교 3학년 자타가 공인하는 사춘기 시절을 겪는 수림이와 나, 이제 우리는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가치를 스스로 찾아갈 시기이다.
수림이는 그 가치를 순례주택에서 찾게 되었다. 순례주택은 수림이뿐만 아니라 수림이의 엄마와 그 가족들에게도 진짜 인생을 알려 주었다. 할아버지의 그늘 속에 늘 의지하며 살던 수림이의 부모가 스스로의 힘으로 돈 버는 것, 그것이 가진 값진 의미를 순례주택에 살면서 깨닫게 된 것이다. 수림이와 부모님은 함께 성장통을 앓고 극복해 가는 과정을 겪는 것이 아이러니했지만 '삶은 이렇게 평생을 깨달아 가며 사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림이와 같이 인생의 가치를 좀 더 일찍 깨닫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청소년기를 보내는 많은 아이들은 자신이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해 고민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앞으로 어떤 어른이 될까? 그냥 일만 하다 죽게 되는 것은 아닐까? 미래에 내가 내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는 있을까?'
이 책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
"순례씨 있잖아 나는 자식을 낳으면 꼭 태어난 게 기쁜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 "왜?" "태어난 게 기쁘니까, 사람으로 사는 게 고마우니까"
수림이의 부모님은 사람들에게 인사 대신 대학과 학번을 묻는다. 그리고 살고 있는 집의 값으로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한다. 어쩌면 이것은 어느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당연한 가치가 되어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평소 어렴풋이 가졌던 생각이 이 책을 통해 분명히 알게 된 것은 이런 외적인 가치들이 나의 삶의 이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진정한 어른이란 자신의 삶의 순례자가 되어서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이 아닐까? 정해진 루트를 따르기보다는 자신만의 신념과 가치를 가지고 나의 인생을 찾아가는 것! 그래서 나도 순례주택을 읽고 내 삶의 순례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내 인생에서 나만의 가치를 찾아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할 줄 아는, 갈 곳 없는 사람에게 손 내밀어 주고 자신에게 있는 것을 함께 나눌 줄 아는, 그런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 16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순례 주택을 읽고서 어쩌면 내가 당장 해결해야 하는 시험에 가려 참 많은 것을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삶의 가치는 다른 누가 아닌 '나' 자신이 결정한다는 것을. 앞으로는 내 인생의 주체를 나로서 나를 위한 세상을 살아가 보려 한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당신은 당신이어서 충분히 감사한 사람입니다.'

인터넷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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