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파이낸싱發 자금경색 정부 "50兆 푼다"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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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24  |  수정 2022-10-24 07:13  |  발행일 2022-10-24 제10면
부동산 침체 속 레고랜드 파장

투자 위축되며 자금시장 급랭

레고랜드 관련 지역업체 없지만

증권·건설 간접피해 확산 우려

부동산 경기 침체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 위기가 엄습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강원도발(發)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까지 터지면서 국내 자금시장이 극도로 얼어붙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 건설사, 증권사를 중심으로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연내에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할 건설사, 증권사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괴담까지 나도는 실정이다. 대구지역에는 아직 레고랜드 사태로 엮인 업체들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지갑을 닫아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여 간접 피해는 늘어날 전망이다.

23일 지역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PF시장이 멈추면서 자금조달에 문제를 겪는 건설사가 속출하고 있다.

롯데건설 이사회는 지난 20일 운영자금조달을 목적으로 롯데케미칼로부터 내년 1월 중순까지 5천억원을 차입하기로 했다. 유상증자로 2천억원을 조달한다고 밝힌 지 이틀 만이다. 만기가 돌아온 PF 상환을 위한 자금 조달로 보인다. 태영건설도 20일 계열사 군포복합개발피에프브이에 대한 960억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결정했다. 실제 충남지역 중견 건설사인 우석건설은 지난달 말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 처리됐다. 그간 충당금을 쌓아두지 못한 중소 건설사들은 요즘 좌불안석이다.

만기 PF채권을 담보로 ABCP나 자산담보부단기채(ABSTB)를 발행해 온 증권사들도 벌벌 떨기는 마찬가지다. 통상 만기가 돌아오면 자금을 상환하거나 회사채를 새로 발행해 만기 회사채를 갚는 '차환'이 이뤄져야 하지만 고금리 여파로 여건이 쉽지 않아서다. 레고랜드 사태로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는 데다, 회사채 발행금리도 급등해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시장에선 올 연말부터 자체 유동성으로 차환 발행을 감당하기 어려운 증권사들이 늘 것으로 여긴다. PF 만기가 돌아왔을 때 차환이 불발되면 해당 증권사가 자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채무 불이행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9일 만기된 완주 PF ABCP를 전액 매입했다. 완주군이 지급보증을 섰지만, 투자자들이 차환을 거부해 주관사가 자체 자금으로 매입한 것이다.

교보증권도 12일 만기된 천안 북부BIT리치제일차 자산유동화 ABSTB를 전액 매입했다. 현대차증권은 신용보강한 전자단기사채 중 19일 만기인 물량 일부가 차환 발행이 안 돼 자체 자금으로 막았다.

한편 정부는 23일 사태 조기 진화차원에서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긴급 가동키로 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 약 50조원 규모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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