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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이사 |
지난 3월 기고에서 두 개의 화두를 제시했었다. 코로나 이후 막대한 유동성 투입과 글로벌 공급망 붕괴 이후 급등한 자산 및 원자재 가격 조정 가능성이 첫 번째 화두였다.
두번째는 미래 산업 소재에 대한 자원 민족주의 심화 및 에너지 수급 불안 등 에너지를 둘러싼 환경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 화두는 현재도 진행 중이며 점차 그 심각성은 더해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급등했던 상품 가격은 최근 큰 폭으로 하락했다. 1천400달러를 상회했던 EU의 열연강판 가격은 700달러대로 하락했고, 미국의 열연가격 역시 1천600달러에서 800달러 수준으로 50% 내외 하락했다.
비철금속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흐름이다. 가파른 금리 인상 등 글로벌 긴축이 상품 가격 급락의 핵심 이유이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의 긴축 속도는 빅스텝에서 자이언트 스텝으로 빨라졌고.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 역시 금리 인상에 동참했다. '마이너스'수준을 유지했던 미국 실질 금리는 금리 인상과 더불어 큰 폭으로 상승했고, 상품 가격 역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문제는 가파른 금리 인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고물가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가 및 전력비 등 에너지 가격 급등을 유발했던 러시아 가스 수급 불안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물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 임금 등 서비스 물가는 경직된 흐름을 보인다.
물가를 잡기 위한 각국의 긴축 노력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이는 실질 금리 상승과 경기 둔화를 수반할 수 밖에 없다.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 이것이 최근 EU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이런 시기에 철강·비철금속 등 상품 가격은 반등하기 쉽지 않다.
원자재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 침체도 상품 가격 약세 요인이다. 특히 중국 경제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 경기는 극도로 침체돼 있다. 철강 수요의 동행 지표인 신규 착공 면적은 1~8월 누계 전년대비 약 37% 역성장 중이다.
코로나 대유행기였던 2020년 1분기를 제외하고 역사적으로 한 번도 마이너스 성장을 시현한 적이 없는 부동산 투자액도 2022년 1~8월 누계 전년대비 7.4% 감소 중이다. 부동산 채권 부실율은 거의 1/3에 육박하고 있다. 부동산이 위축되면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산업 전반적인 모멘텀이 약화되면서 물동량도 위축된다.
이 같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지방 정부가 직접 주택을 대규모로 구매하고, 부동산 개발 업체에 대한 대규모 자금 지원에 나서고 있다. 전망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중국의 미분양 주택, 즉 부동산 개발업체의 부실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중국 경기가 침체된다면 원자재 가격 역시 반등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이 통과되면서 리튬, 니켈 등 주요 2차 전지 소재가격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전기차 세액 공제를 받기 위해선 북미 지역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 가공한 배터리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해야 한다. 11월 미국 중간 선거 이후 원산지 규정 유예 가능성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미래 산업에 대한 국가간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고물가와 긴축, 그에 따른 경기 침체, 자국 중심의 자원 민족주의의 확산으로 최근 몇 년간의 호황은 일단락되었고, 한국의 소재 산업은 재차 어려운 국면을 맞이했다. 그간 호황 속에서 비축해놓은 현금을 바탕으로 강하게 허리 띠를 졸라매야 한다.
시황을 바라만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위험을 헤지하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불황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틈새 시장 및 미래 소재 발굴에 더 집중해야 한다. 미래 산업을 둘러싼 자원 및 소재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아직 시간은 남아있고, 우리는 지금껏 그래왔 듯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이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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