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술, 돈, 여자?

  • 성병조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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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31  |  수정 2022-10-31 07:43  |  발행일 2022-10-31 제19면

[문화산책] 술, 돈, 여자?
성병조 수필가

술, 돈, 여자? 이게 무슨 상관관계라도 있는가. 남자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과제가 있을지 모르겠다. 오랜 세월 이들과 조화롭게 동행하고 자신 있게 공개할 수 있다면 인생을 잘 산 사람이라 말해도 좋을 성싶다.

나는 술을 마시지 못한다. 마시려 애써도 맘처럼 되지 않는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큰 덩치 때문인지 술 잘 마시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확실히 밝히건대 술맛을 전혀 모르는 완전 비주류라 할 수 있다.

1950~60년대 농촌에는 술에 얽힌 화제가 무성하였다. 밤낮 가리지 않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 지나친 음주로 일찍 세상 떠나는 분도 많았다. 게다가 성가신 일은 세무서원들의 잦은 밀주 단속이다. 길가의 우리 집은 종종 그들의 표적이 되곤 하였다.

이른 새벽 술을 감추기 위해 애쓰는 어머니, 단속에 걸려 손이 닳도록 비는 부모님을 보면서 어린 가슴에는 한이 맺혔다. 우리 쌀로 만들어 먹는 음식인데 왜 간섭을 받아야 하나? 나는 맹세하고 또 맹세하였다. 이토록 신경 쓰이는 술이라면 평생 마시지 않겠다고.

그러면 돈과 여자는 무슨 상관인가. 70년대 초 경북대 김성혁 교수가 진행하는 다이제스트 저녁 강좌에는 대학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강의실 안 빼곡히 들어선 학생들의 수강 열기는 너무도 뜨거웠다. 이때 교수님이 하신 말씀은 평생 교훈이 되었다.

"남자들은 결혼 때까지 욕구를 잘 참아야 한다." "남자가 큰일 하려면 돈과 여자 문제에 자신 있으며 언제든지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 반세기가 지나도 이 말은 한 시도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사회 혼탁과 지도층의 몰락은 대부분 이것에 기인하는 게 아닌가.

돈과 여자 문제로 가는 길목에는 종종 술이라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적당한 술은 약이 된다지만 지나치면 독으로 작용한다. 술을 자주 마시면 돈이 필요할 테고, 돈이 궁해지면 엉뚱한 방향으로 눈 돌리기 쉽다. 술에 취하면 실수가 잦아지고 여성에 다가가고픈 충동도 생길 수 있다.

직장 초년병 시절에는 술을 마시지 못해 겪는 애로사항이 한둘이 아니었다. 뭔가 모자라는 사람처럼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다. 회식 뒤 만취한 동료들의 뒤처리는 거의 도맡다시피 하였다. 술 때문에 빚어진 지각이나 결근도 크게 문제 삼지 않던 그런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술, 돈, 여자 관련 문제는 남자들이 풀어야 할 평생 과제라 생각하여 성찰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성병조〈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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