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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원로기업인 20명이 대구상공회의소 주선으로 3년만에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26일 호텔 수성에서 열린 간담회에 앞서 원로기업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대구상의 제공> |
대구 경제계의 산증인들인 원로 기업인 20명이 3년만에 한 자리에 모여 의기투합했다. 지난 26일 호텔수성에서 코로나 사태로 중단됐던 '원로기업인 초청 간담회'가 다시 열렸다.
백발이 성성한 이들은 아직도 '회장 '직함을 달고 기업 현장을 호령한다. 1980년 오일 쇼크, 1997~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를 온몸으로 부닥치며 극복해온 역전(歷戰)의 용사들이다.
에너지·자원 수급 위기 및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시대로 곡소리가 진동하는 현 시점에서 이재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68)은 전화위복을 위한 탁견(卓見)을 청하기 위해 이들을 초청했다. 2019년 11월 호텔 인터불고 대구에서의 첫 모임때 힘이 닿는 한 지역경제의 버팀목이 계속 되어주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고 있었다.
올해 상수(上壽·100세)를 맞은 손기창 경창산업 <주>명예회장에 대한 공로패 전달식도 겸했다. 특히 이재하 대구상의 회장은 더 늦기전에 기업인들이 존경받는 풍토조성의 매개체가 될 '대구 기업가 박물관' 조성사업에 한층 속도를 내겠다며 목청을 높였다.
이날 참석자 중 최고령인 손기창 회장은 "6. 25전쟁 이후 전 국토는 황폐화되고 국민들은 우방국에서 보내준 구호물자만으로 하루하루를 이어갈 때, 우리도 남의 도움 없이 잘 살아보자는 '자립갱생' 정신으로 밤낮 없이 피땀흘려 노력한 결과 국민소득 3만달러인 세계 중진국으로 성장했다"며 반추했다.
이어 "하지만 과거는 과거다. '우선 편하게 살겠다'는 지금 세대의 사고방식이 우리 원로들이 볼 때는 매우 안타깝다"며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성장기때를 거울삼아 다시 한 번 허리띠를 졸라매자.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날을 보는 게 내 마지막 소망"이라고 했다. 2분간 꼿꼿이 선 자세로 또박또박 말하는 손 회장에게 후배 기업인들은 박수로 거듭 존경의 뜻을 표했다.
참석한 원로 기업인들 면면을 보면 무게감이 느껴진다.
손 회장 다음으로 최 연장자인 정태화 아진피앤피 회장(87)을 비롯해 류광현 류림산업 회장, 박종수 신진레미콘 회장, 김을영 서한 회장, 김해수 대한염직 회장, 이성홍 현대화섬 회장, 노희찬 삼일방직 회장, 서상무 수성 회장, 이상태 대구특수금속 회장, 정태일 한국OSG회장, 윤성광 동진화섬공업사 회장, 현수환 동원약품 회장, 김진정 금성정공 회장 , 여두용 태창공업 회장, 최영수 크레텍 회장, 김정도 케이비원 회장, 정훈 우산 회장, 오준세 경희알미늄 회장이 힘든 발걸음을 했다.
80대 중반에 접어든 '홍일점'인 석정달 명진화섬 회장도 이날 자리를 지켰다. 막내 기업인 연령대는 70대 중후반이었다.
원로 기업인들의 기백만큼은 여전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인사말을 통해 "경제여건이 너무 어렵지만 우리부터 먼저 힘내서 극복해가자"며 목청을 높였다. 그래야 젊은 기업인들도 곱절로 힘을 낸다는 취지다.
대구상의는 이날 원로인 회합을 계기로 주춤했던 대구 기업가 박물관 건립사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존경받는 지역 기업인들을 현창하는 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다. 이미 지난해 6월 우리나라 섬유업계의 선구자로 칭송받던 이승주 국제염직 회장(당시 92세)이 영면했다. 원로들이 한명씩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우선 상의는 연내로 기업가 박물관에 기업인 선정위원회 구성을 마무리짓기로 했다. 학계·언론계 등 대구 산업사에 정통한 10여명으로 선정위원회를 꾸린다. 선정에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업력, 업종 등에 관한 별도 선정기준안도 만든다.
내년부턴 연차적으로 박물관에 등재할 원로 기업인 선정 및 자료확보작업에 들어간다. 부지물색 등 건물건립까진 시간이 다소 소요될 수 있다고 보고, 대구상의 자체예산으로 일단 온라인 박물관 개관준비에 매진한다. 상의 홈페이지 안에 원로 기업인들의 업적을 기리는 사이트를 먼저 오픈하고, 향후 제대로된 홈페이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기업인 영상 촬영 및 공적관련 콘텐츠를 차곡차곡 쌓아 정리해 두는 일이 급선무다.
이재하 대구상의 회장은 "대구를 빛낸 기업인들의 업적과 정신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선 기업가 박물관이 꼭 필요하다. 기업인의 기를 살리고, 기업인이 존중받는 사회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준비작업에 더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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