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우리들의 수업 공개

  • 이지영 대구 화원중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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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31 07:17  |  수정 2022-10-31 07:22  |  발행일 2022-10-31 제13면

이지영
이지영 <대구 화원중 수석교사>

한 선생님이 교무실로 찾아오셨다. 비닐봉지 속에 음료 하나와 커피믹스 몇 개가 들어 있다. 오늘 외부 공개 수업을 한다는 것을 알고 응원차 방문하셨다고 한다. 따뜻하게 잡아주시는 손길에 마음이 전해진다. 참 고마운 일이다. 매년 있는 수업 공개가 수석교사가 된 이후에도 익숙해지기는커녕 점점 더 부담스러워진다. 특별한 수업을 노련하게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나의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오랜만에 교내를 넘어 외부에 공개하는 수업이라 그런지 더 막막하다. 학생들도 바깥에서 수업을 보러 오시는 선생님들이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긴장이 되는 모양이다. 수업은 5교시인데 아침부터 너무 긴장된다는 말을 전한다.

수업이 토의 단원이라 학생들에게 수업 활동을 전적으로 맡겨 보기로 했다. 아니, 맡길 수밖에 없다. 토의의 개념, 과정과 규칙 등은 이미 공부했고, 토의를 위한 자료 조사도 모두 마쳤다. 이제 실전 토의만 하면 된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점은 이번 수업 차시가 형성평가라는 점이다. 걱정되는 마음을 뒤로하고 학생들에게 이번 토의가 끝나면 이후에 총괄평가가 있으니 연습 토의는 얼마든지 망해도 된다고 다독였다.

별달리 준비할 것은 없었지만 공개 수업을 하기로 한 반에 조금 일찍 들어갔다. 두 아이가 다가온다.

"선생님, 뭐 도와드릴까요? 저 사실 점심 안 먹어도 돼요."

"아이고, 무슨 말이야? 점심을 안 먹다니, 얼른 가서 많이 먹고 와."

"그럼 얼른 먹고 와서 도와드릴게요."

내게 이런 말을 건네는 학생이 있다는 것이 교사로서 뿌듯하기도 하고 이 맛에 가르칠 힘을 얻는다는 생각이 든다.

5교시, 우리들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참관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우리 학교 선생님들도 오시고, 외부 선생님들도 들어오시니 학생들은 진짜 긴장하기 시작했다. 1분 말하기로 수업을 시작해서 토의 준비 과정도 확인하고, 토의하기와 해결 방안 선정하기로 수업을 마무리했다. 토의 주제는 '우리 학교 중정(가운데 마당)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였다. 쉼터와 매점으로 이용하자, 텃밭을 조성하자, 야외도서관을 만들자, 산책로를 만들고 학생 활동을 전시하자 등 학생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크롬북을 이용해 근거를 제시하면서 의견을 발표했는데 적절하지 못한 자료도 있어 피드백을 주며 마무리했다.

수업을 끝내고 나니 '피식' 웃음이 났다. 사회자가 토의 진행에 필요한 내용을 많이 생략해서 수업 시간이 15분이나 남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었다. 덕분에 청중과 참가자들이 질의응답할 시간을 더 많이 확보했다. 청중이 직접 토의 의견을 제시한 참가자들에게 여러 질문을 하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늘 학생 활동에서 시간을 충분히 주지 못 했던 점이 아쉬웠는데 좀 더 기다려 주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도 했다.

청중의 역할로 토의에 참가한 한 학생은 '질문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궁금한 점도 질문하고 대답도 다시 생각해 보며 어떤 공간이 우리에게 정말 필요하고, 우리의 공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소통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앞으로도 활발하게 의견을 나누어야겠으며 스스로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의 소감을 발표했다.

수업은 학생과 교사가 소통하며 만들어가는 합작품이다. 수업 공개를 통해 학생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또, 얼굴 가득 긴장을 담고 잘 해내겠다는 각오로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의리에 감사한다.이지영 <대구 화원중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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