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양당 독과점 정치 끝내자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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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03  |  수정 2022-11-03 06:44  |  발행일 2022-11-03 제22면
국감 폭언·막말·비이성 난장

여야 '분열의 끝판왕' 시전

이태원 참사도 정략적 잣대

조정자 역할 할 제3당 필요

정당·선거법 고쳐 개혁해야

[박규완 칼럼] 양당 독과점 정치 끝내자
논설위원

정권이 바뀐 후 첫 번째 국정감사는 비이성의 난장(亂場)이었다. 폭언과 막말, 고성이 난무했다. "혀 깨물고 죽지 뭐 하러 그런 짓 하냐" "니(너)나 가만히 계세요" "뻘짓거리" "버르장머리가 없잖아". 선량들의 입이 오염된 탓일까. 정제되지 않은 언어가 망치같이 둔탁하고 자객의 칼날처럼 섬뜩하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공동저자 애쓰모글루 MIT 교수는 "한국의 진짜 문제는 정치 분열"이라고 진단했다. 정곡을 찔렀다. 애쓰모글루 교수에 화답하듯 작금의 우리 정치는 '분열의 끝판왕'을 시전한다. 초유의 대통령 시정연설 보이콧이 여야 극한대립을 단적으로 웅변한다. 정치는 절제와 조율의 예술이라 했거늘 국민의힘과 민주당엔 싸움의 기술만 축적되는 형국이다. 협상도 밀당도 없는 '강 대 강' 정쟁의 연속이다. 독일의 최장수 총리(16년 재임) 앙겔라 메르켈의 정치 노하우는 '협상·타협·인내'였다.

고(故)이건희 삼성 회장이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말한 게 27년 전인데 정치는 굳건히 '4류 본색'을 고수한다. 드라마서 유행하는 타임 슬립이 여의도에도 번진 건가. 메타버스, 휴머노이드 시대에 유독 정치판만 1980년대식 구각 행색이 물씬하다. 보스정치, 계파정치, 정파적 이익 매몰, 폐쇄적 정당 운영은 여야가 다르지 않다. 이태원 참사도 정략적 잣대로만 재단한다.

정당의 사당화도 심각하다. 민주당의 '이재명 방탄'은 공당의 준거를 한참 벗어난다. 국민의힘은 "선을 넘지 말라"며 법원까지 겁박했다. 오만의 극치다. 대통령과 정당 대표가 공천권을 전횡하는 관행도 독재시대의 유산 아닌가. 신조어 '윤위병'(윤석열+홍위병)은 공천을 향한 충성경쟁이 빚은 신파다.

'4류 정치'를 업그레이드할 방도는 없을까. 우선 국힘·민주 양당 독과점 정치를 종식시켜야 한다. 카카오의 독과점이 쓰나미급 민폐를 끼쳤듯 우린 거대 양당의 독선과 몽니와 아집을 목도하고 있다. 양당체제에선 완충지대가 없다. 조정자,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제3당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중소정당, 지역정당을 키워야 한다. 현행 정당법은 야비하달 만큼 자본주의적이다. 부익부 빈익빈, 약육강식의 내용이 그득하다. 신생정당이 착근하기 어려운 구조다. 5개 지역에 시·도당 사무실을 두도록 해 전국정당을 못 박았다. 지역정당 탄생은 아예 불가능하다. 정당법 개정이 화급하다.

정치자금법도 마찬가지다. 법을 고쳐 소수 정당의 국고보조금을 늘려야 한다. 국회법을 개정해 원내 교섭단체 기준을 의석 20석에서 10석으로 완화하는 게 옳다. 공직선거법 개정도 더는 미룰 수 없다.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를 현행 6개월에서 대폭 늘려야 마땅하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 지역주의를 완화하고 다당제의 초석을 놓아야 한다. 정당은 디지털 환경에 걸맞은 개방정당·민주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시스템 공천의 제도화도 시급하다.

정치인의 광대무변한 파급력을 감안하면 홍익인간형이 바람직한 정치인상이다. 한데 여의도엔 후안무치형, 시정잡배형이 득시글하다. 양당 카르텔과 보스정치가 낳은 나쁜 결과다. 일찌감치 시스템 공천이 정착됐다면 국회는 훨씬 양질의 의원들로 채워졌을 개연성이 크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박인환 시인의 '목마와 숙녀'의 한 구절이다. 인생이 통속할진대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야 오죽하랴. 하지만 통속한 정치는 민생을 피폐하게 한다. 반드시 정치개혁, 정당개혁을 해야 하는 이유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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