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대구 문화예술 시나브로 변화하다

  • 이시영 달성문화재단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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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03  |  수정 2022-11-03 07:39  |  발행일 2022-11-03 제16면

[문화산책] 대구 문화예술 시나브로 변화하다
이시영(달성문화재단 대리)

'시나브로'는 사전적 의미로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아주 느리게 일이 진행됨을 뜻하는 단어다. 대구 문화예술은 다양한 모습으로 시나브로 변화하고 있다.

대구는 근대 문화예술의 발원지이며 문화예술에 한 획을 그은 수많은 인물을 배출해낸 곳이자 전국 예술인들의 주요 무대가 된 곳이다. 문화예술이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지만, 지방에서 대구만큼 연중 다양한 공연, 전시, 축제가 펼쳐지는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예술 분야 중에서 대구는 특히 음악과 미술에 오래된 뿌리를 가지고 있다. 대구 달성군 사문진 나루터는 한국 최초의 피아노가 유입된 곳이기도 하며 '오빠생각' '오뚝이' 등 우리나라 현대음악을 개척한 박태준 작곡가의 태생인 곳이기도 하다. 근대 음악의 중심지가 대구임을 증명하듯 우리나라 최초이자 가장 오래된 클래식 음악감상실인 '녹향'이 바로 대구에 있다. '녹향'에 가면 1945년부터 음악과 함께 흘러온 대한민국의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니 가보길 추천한다.

대구는 음악뿐만 아니라 근현대미술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대구 출신이자 영남의 대표 서화가인 석재 서병오와 이상정, 이여성 등 당대를 주름잡은 화가들이 활동한 대구는 1970년대 한국 현대미술의 시작점이었다. 강정에서 대구 출신 젊은 작가들이 주도하여 전국 각지의 작가들이 모여 개최한 '대구현대미술제'가 그 증거이다. 강변 백사장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퍼포먼스는 전시가 꼭 실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틀을 깼고 현대미술의 개념을 보다 확장했다. 지역 대표 전시관인 대구미술관과 각 구·군에서 운영 중인 전시관에서도 이러한 정신을 이어받아 다양한 기획전을 열며 시민들의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대구간송미술관은 곧 준공 예정이고, 달성군은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필자는 2017년 재단에 입사하여 올해 6년 차 문화기획자가 되었다. 재단에 입사하기 전까지만 해도 문화예술에 대해서는 문외한 중 한 명이었다. 조금씩 조금씩 문화예술을 접하기 시작하며 필자는 지금 문화예술을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구 문화예술과 함께 필자 또한 '시나브로' 변화하고 있다. 문화예술은 시대에 맞춰 항상 변화하는 성질(性質)을 가지고 있다. 이 변화의 흐름에 대구 문화예술이 발맞춰 앞으로 어떻게 변모(變貌)할지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이시영(달성문화재단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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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영 달성문화재단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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