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0년 2월24일은 코로나 대응 위기경보를 심각단계로 격상한 날이었다. 위기경보를 심각단계로 발령한 것은 2009년 신종플루 사태 이후 11년 만이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31번째 확진자 발생으로 한동안 대구 시민이 겪었던 고통을 떠올리면서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팬데믹 상태로 빠졌을 때 정유정 장편소설 '28'을 읽게 됐다.
28일 동안 화양(불볕도시)에서 펼쳐진 인간과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생존을 향한 갈망과 뜨거운 구원에 관한 책이다. '인수 공통 전염병'이라는 대재앙 사건과 인간과 개 사이의 무차별적 전염력에 저항하며 유기견 보호소 드림랜드의 수의사 서재형과 한진일보 김윤주 기자의 인간관계, 박남철 화양의료원 감염 내과 과장의 아들 박동해의 애정결핍으로 인한 '악의 축'으로서의 행각, 소방원 한기준의 가족에 대한 휴머니즘, 거기에다 썰매개 스타 쿠키랑 늑대개 링고의 사랑과 헌신 등 작가의 리얼리티 넘치는 세계관과 캐릭터의 설정이 신의 한 수였다. 순식간에 무저갱으로 변해버려 파괴된 도시 인간들의 잔악상들을 현실감 있게 묘사해 단숨에 이야기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었다.
전염병의 역할 분석과 백신의 개발 같은 구원투수로서의 과학책은 아니었지만 무지 인간의 무지막지한 환경파괴로 인하여 발생하는 세균, 병원균으로 현실에서 지금 겪고 있는 재난과도 유사한 형태의 내용이라 더욱 집중하고 읽었다.
지난달 31일 핼러윈데이를 즐기기 위해 모인 청춘들. 그들의 희망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 채 떠나보냈다. 속수무책이었을 상황이 떠올라 때때로 버겁다. 재난 속에서 인간의 본성을 리얼하게 보여 주었다. 내가 추구해야 할 인간성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게 됐다. 작가의 선견지명 덕분일까. 이 책은 재난 영화 '감기'를 글로 읽는 기분이 들었다. 아직도 우린 코로나 시대를 아슬아슬하게 벗어나려 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도 세계의 환경운동에 적극 동참해 이러한 재난을 미연에 방지하고 하루빨리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자유롭고 행복한 여행을 즐기길 바란다. 우광순 〈새마을문고대구시지부 이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