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의 트렌드 스토리] K-전통주…지역별 수백년 이어온 전통酒의 맛과 향

  • 이재훈 영진전문대 호텔항공관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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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04 07:59  |  수정 2022-11-04 08:04  |  발행일 2022-11-04 제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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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증류 아궁이. 〈게티 이미지뱅크〉

대한민국은 영토 크기 206개국 중 110위, 인구수는 195개국 중 28위인 작지도, 크지도 않은 국가이다. 그러나 30가지가 넘는 방언이 존재할 만큼 국가 안에서 지역별로 특색이 뛰어나다. 많은 방언의 수만큼 전통주 또한 지역에 따라 가짓수가 많다. 우리나라의 전통주는 무형문화재 장인이 직접 만드는 술이 많으며, 지역별로 무형문화재가 존재하고, 국가 무형문화재 또한 따로 있을 정도로 많다. 그 가짓수는 2천여 종이 존재한다.

진도 홍주
세조때 홍주로 남편 구한 야사 퍼져
현재까지 붉은빛 띠는 전통방식 제조
고두밥·덧술·소줏고리 방식 이어와


그중 진도 홍주는 여러 야사가 있을 만큼 전통이 깊다. 진도군청 홈페이지에 따르면 세조 때 이시애의 난을 이끌었던 함경도 허종에게 현명한 부인이 있었는데, 그 부인은 홍주의 비법을 알고 있어 그것을 후손들에게 전달하였다. 윤비 폐출로 남편에게 화가 미칠 것을 예측하고 그날 아침에 허종에게 홍주를 마시게 했으며, 어전회의를 가던 중 말에서 떨어진 허종이 집에 돌아왔다. 이로 인해 목숨을 구한 허종을 비롯해 홍주가 더욱이 널리 퍼졌다는 설이 있다.

진도에서는 여전히 전통방식으로 홍주를 만든다. 고두밥을 지어 덧술을 만들고, 발효가 끝난 덧술을 가마솥에 부어 다시 예열한다. 가마솥 위에 소줏고리를 올려 증류된 소주를 내릴 때 지초 뿌리에 소주를 통과시켜 붉은 빛을 띤 홍주가 완성된다.

그 과정에서 사용된 고두밥과 덧술, 소줏고리는 무엇일까? 흔히 술을 담글 때는 밥을 사용한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냥 밥으로 술을 담그면 술이 쉬는 경우가 많다. 고두밥은 아주 된 밥, 즉 수분함량이 매우 적은 밥을 말한다. 고두밥은 수분이 아주 적어 물, 누룩과 함께 버무려 술독에 넣으면 고두밥이 물을 빨아들여 발효가 더디게 진행되는 것이 포인트이다. 덧술은 '더하는 술'을 말한다. 덧술은 밑술과 함께 등장하는 용어인데, 밑술은 물과 쌀, 누룩이 혼합된 형태를 말한다. 덧술은 진도 홍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고두밥을 말한다. 소줏고리는 증류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핵심이 되는 도구이다. 소줏고리 안에 재료를 넣고 가마솥 위에 증류된 소주를 밑에 모아 소주를 만드는 것이다. 소줏고리는 아라비아인들에 의하여 개발되어 고려 말 때 원나라에 의해서 우리나라에 전래 됐다.

전주 이강주
배·생강 들어간 조선 시대 3대 명주
아카시아꿀과 조화 부드러운 목넘김
고려청자 모양 술병 외국인 선물 인기


이강주는 전주의 전통주다. 전주 이강주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강주는 조선 시대 3대 명주 중 하나로서, 전통소주에 배와 생강이 들어간다고 하여 이강주라고 불린다. 예전에는 주(酒)의 의미보다 약의 의미가 강하여서 '이강고(梨薑膏)'라고 불렸다. 이강주는 알코올 도수가 25도로 미황색의 약 소주이다. 배의 시원한 청량감, 알싸한 생강, 노란빛을 내는 울금, 맵고 단 계피, 목넘김을 부드럽게 해주는 아카시아꿀이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 제조 과정은 진주 홍주의 과정과 매우 흡사하지만, 소줏고리를 내린 이후 이강주만의 특별한 재료를 첨가하여 용기에서 1년 이상 숙성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이강주의 병은 고려청자가 떠오르는 모양으로 외국인 선물에도 아주 유용하다.

오디를 이용한 '오디와인 이강순'은 전북 청정지역의 오디를 이용한 순수 와인이다. 도수를 높이기 위해서 주정을 넣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강순 오디와인은 제성시 물과 주정을 넣지 않고 순수 오디만으로 발효시킨 것이 특징이다. 와인이지만 레드와인의 떫은 맛, 즉 타닌감은 강하지 않으며, 오디의 단맛이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복분자를 이용한 '서방산 복분자'주는 마찬가지로 조정형 명인이 만들었다. 국내산 복분자만을 엄선하여 씨를 제거하고 적정한 온도로 발효시켜 복분자 자체의 상쾌하고 깨끗한 맛과 향을 유지하는 것이 포인트이다. 여러 번의 여과 과정을 통한 서방산 복분자주는 살균하지 않아도 발효 및 변질을 최소화하도록 가공처리하여 복분자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김천 과하주
수백년간 찹쌀·누룩으로 만든 역사
김천시 남산동 과하천 샘물로 빚어
여름이 지나도 술맛 변하지 않는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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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시 남산동 과하천 내부 모습. 〈영남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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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영진전문대 호텔항공관광과 교수)

경북도에는 김천 과하주가 있다.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에 따르면, 과하주는 찹쌀과 누룩을 원료로 한 수백 년의 역사가 있는 전통주이다. 과하주의 특징은 김천시 남산동에 있는 과하천의 물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 샘물로 술을 빚으면 술맛이 좋고, 여름이 지나도 술맛이 변하지 않아 '여름을 나는 술'이라는 뜻인 과하주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샘물의 특징은 '금릉승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에 파견된 장수 이여송이 김천을 지나면서 샘물 맛을 보고 중국 금릉 땅의 과하천 물맛과 같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설도 있다.

과하주는 찹쌀과 누룩 가루를 같은 양으로 섞어 떡으로 만들고, 물을 넣지 않은 상태로 독에 밀봉해 1~3개월을 저온에서 발효한다. 과하주는 약주와 소주를 섞어 만든 알코올 도수 23도의 혼양주이다.

칵테일이나 하이볼 등 최근에는 여러 방법으로 술을 만들어 먹는 것이 유행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통주 또한 종류가 매우 많으며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가을밤에 전통주 한 잔은 선선한 계절과 잘 어울릴 것이다.

<영진전문대 호텔항공관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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