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걸 교수의 오래된 미래 교육] 에덴의 회복

  • 정재걸 대구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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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4 07:09  |  수정 2022-11-14 07:26  |  발행일 2022-11-14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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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교대 명예교수〉

현대문명은 근대 계몽주의자들의 자연에 대한 객관적, 과학적 지식을 통해 형성되었다. 대표적 계몽주의자인 프랜시스 베이컨은 자연을 '길거리에 널린 창녀'에 비유했다. 그는 인간이 자신의 제국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창녀의 야성을 누르고, 순화하고, 길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는 신의 섭리 대신 인간의 이성과 의지로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새로운 지상 낙원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신기관'에서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연역법에 대하여 귀납법을 강조하고, 사변과 권위에 의한 중세적인 학문 방법에 반기를 들었다. 즉 관찰자와 그 대상을 분리하는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객관적 지식을 확보하고 이런 지식으로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지식은 힘이다'라는 베이컨의 주장은 '발생(genesis)'으로서의 자연 개념을 '제작'으로서의 자연 개념으로 대체했다. 이제 자연은 명상과 교유의 대상이 아니라 조종과 정복의 대상으로 격하되었다. 그는 과학이 인간의 타락으로 상실한 자연에 대한 지배권을 회복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보았으며, 과학을 통해 삶의 고통, 질병, 가뭄, 기아, 홍수, 전염병, 무지 등을 극복해 갈 수 있다고 믿었다. 베이컨의 이런 신념을 이어받은 프랑스의 귀족 마르키 드 콩도르세는 다음과 같이 장담했다.

'인간이 가진 능력은 무한정 발전할 수 있다. (…중략…) 인간은 끝없는 완전성을 추구할 수 있다. 자연이 우리에게 준 지구라는 터전이 존속하는 한, 인간이 완전해지는 것을 가로막는 모든 힘을 완전히 제압하는 이 과정은 무한히 계속될 것이다.'

환경오염과 기후 위기를 통해 인간 이성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려는 근대 계몽주의자들의 시도는 잘못된 것이었음이 분명해졌다. 그들의 노력은 돌이킬 수 없는 혼란만을 가져왔을 뿐이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문명의 붕괴'에서 우리가 현재와 같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발전 방향을 계속 고집한다면 환경 문제는 우리 자식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어떤 형태로든 결론이 날 것이라고 했다. 즉 어떤 획기적인 변화가 없다면 전쟁, 대량 학살, 아사, 전염병, 사회의 붕괴 등은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는 어떻게 획기적인 변화를 찾을 수 있을까?

인류는 머나먼 길을 돌아 다시 본래의 상태로 돌아오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류의 여정은 인간이 동물과 어떻게 다르며, 어떻게 해야 동물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였다면, 이제부터의 여정은 인간이 어떻게 자연으로, 즉 자신의 본성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살펴보고 돌아가기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인류는 지금까지 이룩한 모든 이분법을 버리고 선과 악, 빛과 어둠이 하나이고, 하나 속에 모든 것이 있고 모든 것 속에 하나가 있는 위대한 혼돈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에덴의 시대에서 율법의 시대를 거쳐 다시 선악과 이전의 에덴을 회복한, 찬란한 화엄의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 〈대구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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