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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출신으로 뉴질랜드 타우랑가에서 1년째 거주하면서 신혼생활을 보내고 있는 20대입니다. 참사 다음 날 아침, 한국 뉴스를 보면서 비로소 서울 이태원에서 일어난 일을 알게 됐어요."
지금은 외국 생활을 하고 있지만, 친언니는 서울 근교에서 살고 있습니다. 언니는 이태원에 종종 놀러 갔기 때문에, 뉴스를 본 순간 '혹시 언니가 그 참혹한 자리에 있었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순간 너무 무섭고 소름 끼쳤습니다. 다행히도 언니는 그 자리에 없었다지만, 저와 달리 실제로 소중한 가족이 희생된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니 너무나 슬프고 안타깝네요. 언니는 참사 2주 전 있었던 이태원 지구촌 축제에 다녀왔다는데, 그때도 사람이 많이 몰린 탓에 무서워서 얼른 빠져나왔다고 했습니다. 그때 정부와 지자체가 핼러윈 축제에 몰릴 인파에 대비를 했었다면 어땠을까요.
뉴질랜드에서도 이태원 참사가 크게 보도됐습니다. 그래서 한국과 한참 떨어진 이곳에서도 이 참사에 대해 모르는 이는 없을 정도입니다. 교민이든 뉴질랜드인이든 모두 '끔찍한 일이고 안타깝다'고 합니다. 뉴질랜드인 남편은 '희생자들이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는데, 운이 참 나빴던 것 같다. 만약 정부가 핼러윈데이에 사람이 이처럼 몰릴 것을 알았더라면 경찰 등 관리 인원을 많이 배치해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어요. 남편이 전하기로는, 새해나 크리스마스처럼 사람들이 해변으로 많이 몰리는 시기, 뉴질랜드 정부는 사고 방지를 위해 인구가 적은 지역의 경찰 인력 상당수를 밀집 지역으로 이동시킨다고 합니다. 제가 살면서 느낀 바로도 뉴질랜드 정부는 사건·사고를 대비하고 대처하는 모습이 우리나라보다는 확실히 빠르고 확실한 편입니다.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 인력이 크게 부족했고, 동원된 인력만으로는 그 많은 인파를 통솔하기에 역부족이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사건 초기 많은 고위 관리가 이번 참사에 책임 회피하기 급급한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저 역시 우리나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분노합니다.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 왜 주기적으로 대형 인명사고가 생기는지도 의문입니다. 최근 SPC 제빵공장 근로자 사망사고도 그렇고,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 모두 '참, 사람 귀한 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국가가 국민을 위한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줬으면 합니다. 끝으로 희생자들이 참사 당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부디 좋은 곳에서 편안히 쉬시길 바랍니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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