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백두대간 자생식물 이야기 〈19〉실새풀

  • 이민성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산업화연구실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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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7  |  수정 2022-11-17 07:46  |  발행일 2022-11-17 제21면

[기고] 백두대간 자생식물 이야기 〈19〉실새풀

날씨가 추워져 산과 들을 물들이던 단풍도 지고 들판을 누렇게 덮고 있던 벼의 수확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가을과 겨울의 계절감을 느끼게끔 해주는 가장 대표적인 식물은 그라스(Grass)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품목은 억새이며 가을에는 단풍과 함께 잘 어우러지고, 겨울에는 황량한 풍경에 풍성하고 따스한 색감으로 공간을 채워준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생소하지만,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국내 대표 그라스 '실새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해외에서는 공원과 정원의 관상용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으며 미국 맨해튼 하이라인 공원이 그라스 명소로 유명하다. '브라치트리차새풀'이라 불리는 이 식물은 이름부터가 '한국에서 온 깃털 모양의 갈대(Korea feather reed grass)'다.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 정원에서는 기르는 경우가 거의 드물고 정확한 한국 이름조차 붙여지지 않았다. 국내의 그라스는 분포 기후대와 광합성 방식에 따라 크게 한지형 그라스와 난지형 그라스 두 가지로 나뉜다. 한지형 그라스는 한대지역과 난지가 공존하는 전이지역에 분포하고, 난지형 그라스는 전이지역부터 열대기후대에 걸쳐 생육한다.

또한 그라스는 상록성·반상록성·낙엽성·여름휴면형으로 구분되는데 실새풀은 낙엽성 그라스로 가을철 은은한 색상으로 물들고 단풍이 아름다우며 겨우내 갈색으로 마른 채로 형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 겨울 경관 연출도 가능하여 정원식물로 충분한 가치를 조명받고 있다. 한동안 유행처럼 번진 '핑크뮬리'라고 불리는 식물은 '털쥐꼬리새' 라는 난지형 그라스이고 실새풀은 한지형 그라스에 속한다.

털쥐꼬리새(핑크뮬리)는 본래 미국 서부와 중부의 따뜻한 지역에 자생하는 식물로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 외래생물에 대한 생태계 위해성 평가에서 생태계 위해성 2급으로 평가되어 관찰을 받고 있다. 핑크뮬리와 비교하여도 충분히 우리 자생식물인 실새풀이 정원식물로 손색이 없다고 보인다. 실새풀은 실·새·풀의 합성어로 실처럼 가는 새 종류의 풀이라는 뜻으로 다른 새풀에 비교하여 좀 더 가늘고 투명하며 바람에 잘 흔들린다.

실새풀은 자생식물로 전국에 분포하고 있으며 벼과 식물의 여러해살이풀로 매년 숲의 볕이 드는 가장자리나 임도, 산책로, 풀밭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다. 중금속으로 오염된 환경에서도 생육이 가능하고 뿌리 속에 아연을 축적한다고 알려져 있다. 꽃은 8월에서 9월에 피고 살짝 자줏빛이 도는 황록색으로 바람에 흔들릴 때 생동감 있는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또 사료와 식용·바이오매스 및 분류학적 연구는 비교적 많이 되어 있으나 특성 및 효능에 대한 연구는 전무한 상황이다. 이에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실새풀의 활용을 위해 항노화 및 항염증 활성 평가를 진행하였고, 항산화 및 미백용 화장료로 사용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논문과 특허등록을 진행, 실용화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축적해 놓고 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우리나라 자생식물의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하여 종자를 수집하고 활용을 연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자생식물에 대한 관심을 더욱더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민성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산업화연구실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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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성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산업화연구실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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