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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법원 전경. 영남일보DB |
지난해 '대구 수성구 연호지구 투기 사태' 여파로 대거 법정에 서게 된 이들(영남일보 5월12일자 8면 보도)이 줄줄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형사10단독 류영재 판사는 지난 11일 오후, 주민등록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11명에 대해 판결 선고를 내렸다. 이 중 6명은 대구 수성구 연호동 A빌라를 분양받고 허위 전입신고 한 혐의(주민등록법 위반)만으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B씨 등 3명이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결과적으로 이들 대부분은 보상금을 지급 받고, 개발 이익을 얻기 위해서 허위 전입신고를 한 사실이 인정됐지만, 재판 과정에선 여러 가지 주장이 나왔다.
B씨는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수성구로 이사하기 위해 집을 알아보던 중 A빌라를 매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자녀와 배우자는 2018년 9월쯤 이미 수성구로 이사해 거주하고 있는 상태였던 사실이 밝혀졌다. 또 빌라 매수 후 이 지역에서의 B씨 통화 발신 내역은 극히 미미했고, 수도·전기·가스 사용량도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2020년 보상을 위한 지장물 조사 시작 시점쯤 증가하기 시작했고, 인터넷 설치도 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는 가족이 거주하던 아파트에서 B씨의 차량 입차 내역이 매일 확인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B씨가 A빌라를 매수하고 잠시 방문해 머물기는 했을지언정 실제 생활을 했다고는 볼 수 없다"며 "보상을 위한 실거주 조사가 시작된 시점부터 약 한 달가량 생활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C씨의 경우 법정에서 "A빌라에서는 주거지와 직장이 멀어서 야간 근무한 날 잠을 자거나 쉬는 용도로 사용했고, 실제 거주지는 신혼집이자 아이를 출산한 아내의 주소지였다"고 진술함에 따라, 역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전입신고 이후 언제부터 이 빌라에 거주했는지에 따라 유·무죄가 엇갈리기도 했다.
D씨는 "일주일에 며칠씩 낮에는 아내가 거주하는 주거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에 A빌라로 와서 잤고, A빌라 내 노인회 활동 등에도 참여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같은 생활을 전입신고일(2018년 4월)이 아닌, 이르면 같은 해 8월쯤부터 했던 것으로 나타나 '허위 전입신고'가 인정됐다. E씨 역시 2018년 4월 이 빌라에 전입신고 했는데, 같은 해 10월쯤에서야 인터넷 가입이 이뤄졌고 11월부터 전기·수도·가스량이 증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A빌라에 9월까지는 제3자가 살다가 E씨는 10월부터 거주한 것으로 판단하면서, E씨가 '4월'에 허위 전입신고를 한 것은 사실로 인정했다.
반면, F씨의 경우 2018년 4월 전입신고를 하고 한두 달 실제 A빌라에 거주했고, 2019년 말~2020년쯤 아내 거주지로 생활 장소를 옮겼던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생활근거지를 변경하면서 새로운 전입 신고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은 별개로 하고, 공소사실의 '2018년 4월' 전입신고 자체는 허위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D씨와 E씨에 대해서도 이들의 사정을 참작해 선고를 유예하기로 했다.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은 "전입신고 및 거주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서 빌라를 매수했을지라도 실제로 살았다면 허위 전입 신고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실거주지를 따로 둔 채로 어떤 장소에 몇 차례 들러 머무르는 등 임시 숙박시설로 이용했다고 해서 주거지로 볼 수 없다"며 "적어도 이 곳에서 주민세를 납부하고 유권자로서 투표권을 행사하며, 각종 공법관계에서 주소지로 인정될 정도로 생활을 영위해야 '전입신고 대상이 되는 주거지'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함께 기소된 모 주식회사의 등기이사 등 5명은 선고 공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들에 대해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연호지구에서 A빌라를 신축 공사한 뒤 분양하고, 이 중 남은 호실은 이사들끼리 나눠 소유하기로 약정한 뒤 소유권 이전 등기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들이 공공주택지구 사업과 관련한 보상금을 노리고, 실제 건물 매매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명의신탁 약정한 다음,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마친 것으로 봤다. 이들 중 1명은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도 함께 받았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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