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폴: 600미터...600m 철탑 위에서 벌어지는 아찔한 고공 서바이벌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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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8 08:48  |  수정 2022-11-18 08:59  |  발행일 2022-11-18 제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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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 등반사고로 남편 댄을 잃고 1년 가까이 피폐한 삶을 이어가던 벡키(그레이스 캐롤라인 커리). 어느 날 절친 헌터(버지니아 가드너)가 찾아와 솔깃하지만 위험한 제안을 한다. 600m 높이 철탑 위에 올라가 남편의 유골을 뿌려주자는 것. 벡키는 지난 아픔과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해 헌터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익스트림 등반. 힘겹게 철탑 꼭대기까지 오르는 데 성공하지만 오랜 시간 방치돼 관리상태가 엉망인 철제 사다리가 끊어지면서 극한의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내려갈 길이 사라졌다. 600m 철탑 위에서 내려갈 단 하나의 사다리가 끊어지고, 설상가상으로 물통이 들어있는 배낭마저 수십 미터 아래 안테나에 걸려 있다. '폴: 600미터'는 상어가 뛰노는 무시무시한 심해로 추락해 극한의 생존 게임을 벌였던 영화 '47미터'의 제작진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심해 47m 아래 케이지에 갇힌 두 자매의 사투를 마치 밀실처럼 사용해 서스펜스를 만들어냈던 '47미터'에 이어 600미터 철탑 위에서 벌어지는 고공 서바이벌의 생존 공간 역시 1평 남짓으로 극히 제한적이다.

두 사람은 접근이 금지된 곳에 발을 들여 금기를 깨뜨린 대가(?)를 톡톡히 받는 중이다. 휴대폰 사용불가, 식량 전무, 잠들 수도 없는 비좁은 공간, 그리고 호시탐탐 노리는 독수리까지, 나약한 인간이 처한 극한의 생존 조건에서 고작 천운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심리적 불안감이 러닝타임 내내 이들을 지배한다. 이는 자연이 선사하는 공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재난 영화와는 또 다른 관점에서 차별된 스릴러적 긴장감과 볼거리를 제공한다. 고소공포증이 없다고 자신하는 사람일지라도 600m 상공에서 조난된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건 결코 쉽지 않을 듯하다. 매 순간 짜릿하고 아찔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600m 철탑은 실제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TV 타워에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실제로도 이 타워에 불법적으로 침입해 타워에 오르고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는 등 위험한 행동과 사고들이 발생함에 따라 현재는 보안이 강화되었다고 한다. 제작진은 이를 기초해 약 18m와 4.5m의 타워 세트를 제작했고, 30m 높이로 만든 타워 상단은 로스앤젤레스의 산악 지역에 세워 마치 주인공들이 수천 피트 상공에 있는 것과 동일한 느낌이 나도록 했다. 영화는 단순히 고립된 두 여성의 고군분투로만 그치지 않는다. 벡키와 헌터 사이에 숨겨져 있던 이야기들이 밝혀지며 제한된 공간 안에서 오는 심리적 불안감과 불편함을 더욱 가중한다. 강렬한 스릴과 긴장감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스크린을 통해 감상하길 추천한다.(장르:스릴러 등급:12세 이상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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