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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놓여진 우유와 추모의 메시지. |
일부 온라인 매체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15일 현재 158명)의 실명이 담긴 명단을 유족 동의 없이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당 매체에서 뒤늦게 "유족 측 의사에 따라 일부 이름은 삭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삭제 전 명단은 이미 SNS 등을 통해 무작위로 유포된 상황이어서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지난 14일 온라인 매체 '민들레'와 '더탐사'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8명 중 155명의 명단을 공개하며 "참사 발생 16일 만의 이름 공개가 진정한 애도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희생자들을 익명의 그늘 속에 계속 묻히게 함으로써 파장을 축소하려 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재난의 정치화이자 정치공학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고 했다.
유족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희생자 이름 공개로 인해 큰 파장이 일었다.
15일 해당 매체는 "신원이 특정되지 않지만 그래도 원치 않는다는 뜻을 전해온 유족 측 의사에 따라 희생자 10여명의 이름은 삭제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14일 공개됐던 포스터 속 희생자 이름 중 일부는 삭제가 된 모습이다.
하지만, 해당 매체에서만 일부 희생자 이름이 사라졌을 뿐, 온라인 상에서는 원본 명단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게 문제다.
특히, 희생자 명단이 공개되자 이를 SNS 상에 공유한 일부 인사들은 15일 오후 3시현재까지 전체 명단을 그대로 게시해놓고 있다.
'이름 공개를 원치 않는다'는 유족 측 의사와 달리 기존 명단에서 삭제된 이름도 여전히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한 네티즌은 댓글에서 "유족이 요청해서 이름을 삭제하는 게 아니라 미리 동의를 구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유족이 정신없는 와중에 연락을 해야 익명처리 해주겠다는 말인가. 당신들이 뭔데 그런 짓을 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추모를 위해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은 적 있다는 한 40대 시민은 "유족들이 (명단 공개를)스스로 결정한 것도 아니지 않나"라며 "자기들 멋대로 고인들의 명단을 공개해놓고, 항의하면 삭제를 해준다는 게 너무 폭력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사진=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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