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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영<달성문화재단 대리> |
운전하다 한 번쯤은 사고가 날 뻔한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충분한 거리 확보다. 차 사이의 거리뿐만 아니라 사람 사이에도 거리가 있다.
사람 사이의 거리는 미국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의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다. 사람과의 거리는 4단계로 나뉘는데 먼저 '친밀한 거리'로 가족, 연인 정도로 밀접한 유대 관계에 있는 사람과의 거리이다. 두 번째 '개인적 거리'는 친구, 지인 정도의 친밀한 관계와의 거리이다. 세 번째 '사회적 거리'는 직장 동료, 사회적 관계로 연결된 사람과의 관계 거리이고, 마지막 '공적인 거리'는 무대와 관객의 거리이기도 하고 연설 등이 진행되는 거리이다. 이 단계별 거리는 우리 뇌에 안전한 거리로 인식되어 있다. 이렇듯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적당한 거리를 두며 살아오고 있다.
그렇다면 무대와 관객의 거리는 어떤 거리가 가장 적당할까. 어느 한쪽에 편향되어 생각한다면 그 거리는 절대 좁힐 수 없는 간격으로 벌려지리라 본다. 달성 100대 피아노 축제를 위한 벤치마킹 및 사업 교류를 위해 이탈리아 밀라노에 출장을 간 적이 있다. 밀라노에서는 매년 5월 '피아노 시티 밀라노'라는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2011년에 처음으로 열린 이 축제는 밀라노 전역에서 피아노 공연이 펼쳐지는 대규모 음악 축제이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무대와 관객과의 거리였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무대, 객석이 아닌 평범한 건물 앞 야외 잔디, 식당 안, 공원 등에서 안전요원 없이 피아노 바로 앞에서 관객이 공연을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자유롭게 진행이 되었다.
이 모습은 나에게 적잖은 충격과 자극을 주었고 이런 기획을 꼭 해보고 싶단 마음을 굳게 지니게 된 순간이었다. 그리고 올해 '2022 달성 100대 피아노'에서 그 다짐을 실현할 수 있었다. 딱딱한 의자에서 벗어나 잔디 위에 앉아 관람할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해 관객이 클래식을 보다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고 무대와 관객의 거리를 좁혀 공연을 생생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기획해 공연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시간, 장소 등에 구애받지 않고 연락하기 쉬워졌다. 물리적 거리는 서로 가까워졌지만 그만큼 심리적 거리는 더 멀어진 것 같다. 스마트폰의 편리함 대신 직접 마주하고 대화하며 친밀한 거리에서의 편안함을 느껴보자.이시영<달성문화재단 대리>

이시영 달성문화재단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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