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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인 (새마을문고 학모봉사단, 開目學院 원장) |
'대화'는 현대사회의 갈등을 봉합하는 특권이자 연대이다. 그리고 '대화'는 인간을 가로막는 모든 장벽을 넘어 마음을 연결하고 세계를 맺는 강한 도구이다.
저서 '역사의 연구'로 유명한 영국출신 역사가 아놀드 토인비 박사와 세계계관시인(桂冠詩人)이자 국제창가학회 SGI회장인 이케다 다이사쿠가 나눈 대화를 엮은 대담집 '21세기를 여는 대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혁신적일수록 비판은 거세진다'라고 하듯이 세상의 몰인식을 뚫고 나온 한 역사가의 혜안(慧眼)과 '한 사람의 위대한 인간혁명은 이윽고 지역과 국가, 더 나아가 전 인류의 행복과 평화를 가져온다'고 하는 한 종교인의 위대한 신념(信念)은 정치, 예술, 문화, 계급제도와 미래사회, 신교의 자유 등 다방면에 걸친 21세기를 향한 인류가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 대화를 이끌어냈다.
"참된 공적이 있는 사람들은 오만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고 오히려 겸허하다"고 말한 철인 칸트의 명언처럼 서구의 역사가와 동양의 불법자라는 각기 다른 관점의 차이를 뛰어넘어 '21세기를 인간혁명의 세기로 해야 한다'라는 실로 많은 부분에서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대화야말로 세계 여러 문명, 민족, 종교를 융화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때보다 불안한 국제정세 속에서 집단, 이익, 계층, 민족 등 갖가지로 쪼개져 대립과 반목이 난무하는 사회를 보더라도 지금 인류 전체를 결속하기 위해 진심을 다해 나누는 '혼(魂)의 대화'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로마 황제인 셉티미우스 세베루스에서 유래한 잠언으로 라틴어로 '라보레무스(자! 일을 계속하자)'라는 모토로 끊임없이 대화하는 가운데 인간성의 승리와 해결책의 모색이 있을 것이다.
물론 '마법의 지팡이'로 한번 휘두르면 끝나는 타개책은 없으며, 전도(前途)는 험난하다. 그렇다고 공연히 비관에 빠질 필요는 없다. 인간이 일으킨 문제인 이상 인간의 손으로 해결하지 못할 것은 없고, 얽힌 실타래를 풀기 위한 노력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한 타개할 길은 반드시 보이기 때문이다. 그 최대의 열쇠가 바로 '대화'이다.
일상의 대화가 눈에 띄지 않는 대화로 평범하겠지만 눈에 띄는 일만이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짙고 무거운 현대의 무기력한 기운을 걷어 내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해결법은 역시 '대화'라고 생각한다. 당장 옆 사람과 '대화(對話)의 라보레무스'를 개시하자.
이재인<새마을문고 학모봉사단, 開目學院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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