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손맛] 강화도 농어 탐사…루어 접고 '새우 생미끼' 바꾸고 만난 50㎝급 농어

  • 김동욱 월간낚시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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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8  |  수정 2022-11-18 08:58  |  발행일 2022-11-18 제37면

[김동욱의 낚시시대/손맛] 강화도 농어 탐사…루어 접고 새우 생미끼 바꾸고 만난 50㎝급 농어
김재우 강화발이낚시점 사장이 1m에 육박하는 대형 농어를 들어 보인다.

타이밍 잡기가 쉽지 않았다. 팀을 꾸려놓으면 기상이 좋지 못했고, 하늘이 도와주는 날엔 물때가 맞지 않았다. 지난 7월 중순부터 계획했던 강화 앞바다 농어루어낚시 탐사취재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러다가 가을에 접어들어서야 겨우 배를 띄울 수 있었다.

건평리 선착장의 새벽하늘은 깨끗하다. 강화권 전천후 루어낚시 베테랑 김재우 강화발이낚시점 사장과 회원 5명 등 우리 취재팀이 황금호에 오른 시각은 오전 7시30분. 황금호 선장 강재복씨 역시 루어꾼이다.

북방 어로한계선 2.4㎞ 밖에서 '아슬'
몇시간째 농어 입질 없는 우리 배
옆 보문호 꾼들 농어 손맛보고 으쓱
유 선장이 준 새우 채비로 포획 성공

지역 특성상 물속 여밭 지형 파악부터
여 위로 1m 루어 띄워야 농어 입질


[김동욱의 낚시시대/손맛] 강화도 농어 탐사…루어 접고 새우 생미끼 바꾸고 만난 50㎝급 농어
오후 2시쯤 기다리던 농어 입질이 들어왔다. 김재우 씨가 뜰채 안으로 농어를 유인하고 있다.

◆북방 어로한계선

드디어 출항. 황금호는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며 수평선을 향한다. 나는 비좁은 키잡이칸(조타실)에서 강 선장의 운항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신도라는 섬으로 갑니다. 여기서 한 시간 좀 더 걸려요. 거리상으로는 40㎞쯤…."

강 선장이 손가락으로 위성항법장치(GPS)를 가리킨다.

"여기 이렇게 죽 그어진 빨간 선이 뭔지 아세요? 이게 바로 어로한계선입니다."

위성항법장치에는 강 선장이 가리키는 빨간 선을 오른쪽에 끼고 황금호의 빨간 점이 깜빡거리며 계속 올라가고 있다. 선과 점은 아주 가까워 보인다. 나는 점과 선을 번갈아 짚으며 선장에게 물었다.

"여기서 여기까지 얼마나 되나요, 거리가?"

"한번 볼까요?(강 선장이 위성항법장치의 리모컨 버튼을 이리저리 눌러 점과 선을 가상의 선으로 연결한다) 2.4㎞네요."

2.4㎞라…. 지금 우리 배는 북방 어로한계선 2.4㎞ 밖에서 아슬아슬하게(?) 낚시하러 가는 거다. 강 선장의 말이 이어진다.

"옛날 어부 중에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전과자 된 사람들이 많아요. 그때는 이런 장비가 없을 때니 고기 떼를 따라가다 보면 이 선을 넘기란 다반사지요. 그렇게 넘어갔다가 재수 없이 북한으로 끌려갔다가 다시 풀려 내려오면 간첩으로 둔갑되는 세상이었지요."

80년대 혹은 90년대 초반 얘기다.

[김동욱의 낚시시대/손맛] 강화도 농어 탐사…루어 접고 새우 생미끼 바꾸고 만난 50㎝급 농어
강화권 농어 루어낚시의 대표 루어는 바이브레이션이다. 바닥 여밭에서 1m 정도 띄워야 입질을 받을 수 있으므로 플로팅 타입의 미노우는 쓰지 않는다.

◆바이브레이션 탐색

강 선장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눈앞에 작은 섬 하나가 나타난다. 점점 가까워진다. 우리의 목적지 신도다. 우리보다 먼저 와 있는 보문호가 섬 가까이 배를 붙여 두고 있다. 보문호에 탄 댓 명의 꾼이 열심히 농어 채비를 날리는 게 보인다. 강 선장은 보문호에서 바다 쪽으로 좀 더 떨어져 엔진 출력을 낮춘다. 이때가 오전 8시30분. 꼬박 한 시간을 달려왔다.

"자 여기서 한번 던져 보세요."

강 선장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미리 준비해 있던 꾼들이 섬을 향해 루어를 날린다.

"여기 강화권 농어루어낚시는 남해와는 패턴이 달라요. 여기 농어들은 중층이나 표층 가까이 떠서 루어를 공략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김동욱의 낚시시대/손맛] 강화도 농어 탐사…루어 접고 새우 생미끼 바꾸고 만난 50㎝급 농어
취재팀이 멀리 보이는 신도를 향해 농어 루어를 날리고 있다.

강 선장의 말을 듣고 보니 김재우씨를 비롯한 6명의 꾼은 모두 바이브레이션과 지그헤드에 웜 채비를 쓰고 있다.

"다른 지방, 남해의 여수나 제주도 일대에는 섬도 많고 주변 갯바위도 널렸잖아요. 거기서는 배가 계속 여러 작은 섬을 돌아다니며 공략할 수 있지요. 그러나 여기는 달라요. 신도 주변에 닻을 내리고 물속 여밭을 찾아야 합니다."

김재우씨는 이런 지역 특성 때문에 내로라하는 농어꾼들도 여기만 오면 수업료를 톡톡히 치른다고 말했다. 바닥 여밭 지형을 먼저 파악해야 하고, 그 후에는 여 위로 1m 정도 루어를 살짝 띄워서 끌어줄 수 있어야 입질을 받는다. 이 때문에 여기 바닥 지형을 모르는 꾼들은 번번이 채비만 뜯기고 빈손으로 돌아간다는 게 김재우씨의 설명이다.

첫 입질은 오래지 않아 들어왔다. 뱃머리에서 채비를 날리던 전형석씨가 먼저 걸었다.

"별로 안 큰 것 같아요. 뜰채 없어도 될 것 같은데…. 아앗~, 이런…."

잔 씨알의 농어라며 낚싯대를 세워 바로 갑판 위로 띄워 올리려던 전씨는 첫 입질을 보기 좋게 털려 버렸다. 배 밑까지 끌려오던 농어가 물 위에 뜨는 순간 화려한 바늘털이를 해 버린 것.

잠시 소강상태 후 이번에는 김씨가 입질을 받았다.

"농어는 아닙니다. 광어 같은데요…."

이윽고 뜰채에 담긴 놈은 김씨의 말대로 800g쯤 돼 보이는 살찐 광어다. 어쨌든 마수걸이. 이때가 오전 9시20분. 그리고 15분 후 후미에 있던 배상범씨가 횟감으로 적당한 씨알의 우럭을 걸어 낸다. 아직 기다리던 농어는 보지 못하고 있다.

"10시쯤 초밀물이 들어올 겁니다. 지금부터예요."

강 선장은 조류가 빨라지기 시작하면 농어가 붙을 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강 선장의 말과는 달리 꽤 시간이 지나도록 우리 배에는 농어 입질이 없다. 이때까지 올라온 놈은 광어 두 마리와 우럭 댓 마리뿐.

[김동욱의 낚시시대/손맛] 강화도 농어 탐사…루어 접고 새우 생미끼 바꾸고 만난 50㎝급 농어

◆결국 새우 미끼로

"저기 보문호에는 농어가 나오는데…."

정오쯤 누군가가 소리친다. 우리 취재팀의 시선이 일제히 보문호 쪽으로 쏠린다. 우리 배에서 100m쯤 떨어진 보문호의 꾼들은 정말로 농어를 낚아내고 있다. 씨알은 60~70㎝ 정도로 굵지는 않지만 분명히 농어다. 이쯤 되면 우리도 긴장이 된다. 바이브레이션을 던지는 꾼들의 어깨에 더욱 힘이 들어간다. 그러나 어찌 된 셈인지 우리에게 낚이는 건 광어와 우럭뿐이다.

"가보자."

도저히 그냥 볼 수만은 없었다. 궁금했다. 채비가 다른 건지, 바닥이 다른 건지…. 우리 배는 보문호로 다가갔다. 강 선장과 유성모 보문호 선장은 한 동네에서 호형호제하는 사이라 서로를 꺼리지 않는다. 황금호와 보문호는 서로를 밧줄로 묶었다. 제일 먼저 내가 보문호로 건너갔다. 물간에 든 방금 낚아낸 농어를 보고 싶었다. 덩치 좋고 둥글둥글한 얼굴의 보문호 선장 유성모씨가 싱글싱글 웃으며 물간을 열어 보인다. 한두 마리가 아니다. 예닐곱 마리 정도…. 그중에는 언뜻 미터급으로 보이는 놈이 섞여 있다.

"사진 찍으세요, 꺼내서…."

유 선장이 사람 좋은 웃음을 날리며 먼저 촬영을 허락한다.

보문호로 건너온 김재우씨는 익숙한 솜씨로 농어의 주둥이를 잡아 밖으로 끄집어내더니 "영차~!" 얼굴 높이 들어 보인다. 물간에 들어 있을 때보다 더 커 보인다. 농어의 주둥이가 머리 위로 들어 올려졌는데도 꼬리지느러미는 김재우씨의 무릎 아래까지 내려온다.

자, 이제는 보문호 꾼들이 어떤 채비를 썼느냐가 문제다.

"새우 가져왔어요? 새우 쓰세요, 새우."

보문호의 유 선장이 먼저 정보를 준다. 그러더니 자신의 배에 있던 새우를 한 바가지 퍼서 우리 배로 옮겨준다.

"새우였구나. 그럼, 생미끼 낚시네…. 루어는 안 되나 보죠?"

"아뇨, 원래 바이브레이션에 입질이 좋은데, 오늘은 루어가 안 듣네요. 우리도 오전 내 루어로 꽝 치다가 새우로 미끼를 바꾸면서 입질을 받았어요."

보문호와 헤어진 우리 황금호는 다시 선도 북쪽 해상으로 돌아왔다. 이때부터는 루어낚시가 아닌 생미끼 낚시가 돼 버렸다. 우리는 선상 우럭낚시 채비처럼 아래에 무거운 봉돌인 메탈지그를 달고 위 바늘에 새우를 꿰어 던졌다. 처음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됐는데, 결국 이 채비로 우리도 두 마리의 농어를 걸어 내는 데 성공했다. 오후 2시15분에 왼쪽 선수에 있던 김현대씨가 50㎝급 농어를 올렸다.

이후 우리 팀은 오후 5시까지 생미끼 낚시와 루어낚시를 번갈아 시도해 봤지만 더 이상의 농어 입질은 받지 못했다. 이때는 이미 조류가 멎은 상황.

"오늘 4물 때인데 오전에는 생각보다 조류가 상당히 빨랐어요. 게다가 적조현상까지 겹치는 바람에 농어 활성이 썩 좋지 못했나 봅니다."

김재우씨는 이날의 바다 물색은 루어낚시에 상당히 불리한 조건이었다고 한다. 적조기가 있어 물이 많이 흐려있는 데다 조류의 힘이 생각보다 세서 루어로 바닥층을 공략하기에는 무리였다는 게 패인이었다. 실제로 이날 우리는 바이브레이션 루어를 많이 뜯겼다. 물속 여 위로 1m 정도 띄워 릴링을 해야 했는데 그게 여의치 않았던 거다. 루어가 바닥을 찍으면 바로 릴링을 해서 여 위로 띄우지 못하면 여지없이 밑걸림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이번 강화권 농어루어낚시 탐사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비록 생미끼였지만 따오기급 농어를 비롯해서 50~70㎝짜리 10여 마리를 확인한 건 성과였다.

강 선장은 "1물이나 2물 때에 가장 호황을 보인다"며, "실제로 그 물때에 따오기급으로만 10마리 이상 낚은 적이 있다"고 말한다. 물론 루어(바이브레이션)로. 김재우 강화발이낚시점 사장도 강 선장의 말을 확인해 준다.

"물때를 잘 맞추고 신도 부근 여밭 지형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으면 미터급 오버는 몰라도 70~80㎝급은 확실히 마릿수가 보장됩니다."

※이번 글로 '김동욱의 낚시시대/손맛'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읽어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월간낚시21 기자 penandpow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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