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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
지난 17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었다. 나의 수험생 시절을 떠올려 볼 때 시험 종료 10분 전과 5분 전에 시험 종료 시각을 알려주는 방송을 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 시간에는 대개 풀었던 문제들을 다시 검토하면서 정답 선택하기가 알쏭달쏭했던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시 검토하곤 했다. 그 시간에 수정테이프로 답안을 수정하고 선택했던 선택지는 오답인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시험 종료 5분 전에 조급한 마음으로 수정했던 답안이 총득점을 떨어뜨린 셈이다.
골프 경기를 할 때에도 많은 아마추어가 실제 스윙을 연습 스윙만큼 못 한다. 공을 가격하는 지점에서 공을 세게 맞춰야겠다는 욕심이 순간적으로 들면서 골프 스윙이 정상적이지 못하고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을 정면으로 정확하게 가격하지 못하고 좌측 하단을 가격하게 된다. 티(tee) 위에 공이 없다고 최면을 걸고 힘을 빼고 연습했던 대로 부드럽게 스윙을 했을 때 오히려 원하는 방향으로 골프공의 정면을 가격할 수 있다.
도덕경에도 '부드러움을 지키는 것이 강한 것이며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기고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守柔曰强 柔之勝剛 弱之勝强)'는 지혜가 기록되어 있다.
시험 종료 시각을 알리는 알림 이후에 조급하고 긴장된 마음으로 선택한 답안보다 충분한 시험 시간이 주어졌을 때 선택했던 답안이 정답률이 높은 이유, 골프 경기를 할 때 힘을 빼면 골프공의 방향과 궤적이 정확해지는 이유와 맥락을 같이한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기업 경영 컨설팅 회사에 근무할 때 신생 벤처 회사에서부터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내 대기업, 외국계 투자사 등 다양한 회사들을 목격했는데 회생 절차에 있는 기업의 경우 대표들이 터널효과 때문인지 일정한 범위의 업무에 몰입해 있는 경향을 목도했다. 눈앞에서 사라지는 숫자들에 마음이 조급해지기보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기업을 바라볼 때 기업의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치가도 목에 힘주고 어깨에 힘을 주면 표심을 얻기가 어렵고 성악가 또한 성대에 힘을 빼야 맑고 청량한 음색이 나온다고 한다. 세계적인 경영학자인 톰 피터스 또한 그의 저서 'The little big things'에서 '강한 것은 부드럽고 부드러운 것은 강하다(Hard is soft. Soft is hard)'고 서술했다.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 선배들로부터 공통적으로 들은 조언이 있었다. 조급해하지 말라는 충고였다.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이김을, 약한 것이 오히려 강함을, 이 오묘한 역설과 모순을 이해하고 어떠한 상황에 놓이게 되더라도 꼿꼿한 나무가 아닌 풀과 같은 부드러움을 유지하리라 다짐해본다.
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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