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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시각)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 공연이 성대하게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겨울철에 열리는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 천문학적인 투자가 이뤄졌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수천 명의 이주노동자 사망 등 짙은 그림자도 자욱하게 깔려 있다. 카타르는 더운 사막날씨를 고려해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냉방이 가능한 현대식 축구장을 비롯해 호텔·쇼핑몰·리조트를 대대적으로 건설했다. 특히 6개 경기장을 새로 짓고, 기존 2개 경기장은 개조 또는 증축했다. 이들 8개 경기장 중 4개는 카타르 수도인 도하 주변에 있다. 각 경기장을 잇는 노선 3개 규모의 지하철도 새로 깔았다. 선수와 관중은 이용하기가 편리하다.
하지만 이주노동자 인권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영국 가디언과 인권단체인 국제엠네스티에 따르면 카타르에서 2010년 이후 경기장 건설과 관련해 6천500여 명이 사망했다. 대부분 불법 이주노동자다. 이들에 대한 인건비를 과도하게 낮게 책정하거나 사고가 발생하면 곧바로 추방한 일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권에 민감한 유럽과 인권단체들이 온전히 카타르 월드컵을 응원하기 힘든 상황이다.
첨단 경기장의 사후 처리도 문제다. 카타르의 축구 열기에 비해 과도하게 경기장을 지으면서 향후 제대로 활용도 못 한 채 유지비만 계속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 나온다. 애물단지를 일컫는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카타르는 대회가 끝나면 경기장 좌석을 대거 뜯어내고 다른 용도의 스포츠 시설로 기부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연가스에서 창출된 국부로 세계 스포츠계의 소프트파워를 과시하려던 카타르 월드컵의 씁쓸한 이면이 노출된 셈이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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