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미진〈영남대 겸임 교수〉 |
생존의 문제를 다루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흥행몰이 중이다. 기존에도 오디션 프로그램은 산재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며 진행된 적이 있나 생각이 들 정도다. 트로트로 시작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서 밴드, 래퍼, 오페라 가수, 스트릿댄서까지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스트릿 우먼 파이터' '스트릿 걸스 파이터' '스트릿 맨 파이터'까지 스트릿 댄스를 기반으로 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기세를 이어갔다. 대중에게 조금은 낯선 스트릿 댄스 장르를 소재로 브라운관 앞의 시청자들을 흥분시켰다. 또 춤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댄서까지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1980년대 댄서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가수의 백업(Back-up) 댄서라는 이미지로 각인된 적도 있다. 이는 댄서가 특정 직업군으로서 주목받지 못하고, 보조적인 위치를 차지했다는 뜻이다. 용어가 등장한 지 40여 년이 흐른 지금은 어떤 이미지로 비치는가? 프로그램에 참여한 댄서의 말에서 스스로가 체감하는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20년 넘게 춤을 춰왔으나, (남들 뒤에서 춤을 추느라) 내 춤 영상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나는 늘 누구 뒤에서 춤만 췄다"라는 말에 조금은 숙연해지는 느낌이었다. 춤을 추는 직업에 대한 소외(疏外)는 시대가 변해도 크게 달라진 바 없는 듯한 말이었다.
다행스러운 일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댄서를 대상으로 한 다수의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의 새로운 이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를 토대로 댄서라는 직업적 지위를 높이는 데 일조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K-Dancer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내며 그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댄서들만 출연하는 콘서트가 연일 매진행렬을 이뤄냈고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다. TV 광고 모델로 등장하는 댄서들의 모습 역시도 그들의 인기를 체감할 수 있게 했다.
사실 그 댄서들의 춤은 늘 멋졌고 대단했다. 단지 그걸 보여줄 방법이 없었을 뿐이다. 지금의 상황이 단순히 요행이 아니라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면 댄서들은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누군가의 뒤가 아닌 그들이 전면에 나서는 상황에서 어렵게 얻은 인기와 더불어 댄서의 지위를 어떻게 지켜내야 할 것인지, 또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 것인지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미진〈영남대 겸임 교수〉

김미진 영남대 겸임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