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우의 웹3.0과 밈코인] <7> 호모루덴스와 밈코인과 이누코인의 숨겨진 맥락

  • 박종문
  • |
  • 입력 2022-11-30 17:45  |  수정 2023-02-06 15:39  |  발행일 2023-01-27 제25면
쉽게 풀기 어려운 각종 이슈, 전례 없는 재난이 밈코인 확산 배경
20세기 등장 호모루덴스, 21세기 디지털 밈으로 다양한 놀이 즐겨
'Musk effect'와 'meme coin paranoid', 호모루덴스 시대에 더욱 폭발적으로 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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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토(crypto) 시장에는 98법칙이 있다. 98법칙은 학계에서 검증된 과학적 이론이 아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두 가지 맥락에서 사용 중이다. 첫째, 현재 유통되는 코인과 토큰의 98%가 사라진다. 소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대장 격인 코인들만 남는다. 둘째, 현재 투자자의 98%는 소위 '손절'하고 크립토를 결국 떠난다. 손절은 한자 손절매(損切賣)의 축약한 말이다. 손해(損)를 잘라(切)버리는 매도(賣渡)라는 뜻이다. 98법칙은 크립토 시장의 치열한 경쟁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오늘도 전 세계에서 수많은 코인과 토큰이 발행되고 있다. 새로 나온 코인이 공기처럼 자연적으로 순환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신규 코인이 시장에 공급되고 인지도를 획득하는 과정은 매우 어렵다. 우리는 오늘날 '주목경제'(attention economy)의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크립토 시장은 국경을 가리지 않고 24시간 쉬지 않고 작동한다. 따라서, 사람들의 관심이 어떤 특정 코인이나 토큰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주식과 비교해 매우 짧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에 출시와 함께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시장에 확산될 묘수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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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유한한 것처럼, 심리적 및 물질적 측면에서 사람들의 관심 여력도 매우 제한적이다. 밈(meme)과 이누(inu) 코인 등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목도를 단박에 높이기 위해 그 명칭과 이미지에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대표적으로 도지코인(DOGE), 쉬바이누(SHIB), 좀비이누(ZINU) 등이 있다. 앞서 언급한 3개 모두는 강아지를 소재로 사용한 밈코인이다.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는 에이프코인(APE)은 원숭이를 모티프로 했다. 강아지와 원숭이 이외에 고양이(KITTY)와 돼지(PIG) 등 여러 동물 캐릭터를 차용한 밈코인도 많다. 그럼 밈코인 확산의 배경은 무엇일까?

여러 이유와 배경이 많겠지만 무엇보다도, 쉽게 풀기 어려운 각종 이슈와 전례 없는 재난이 발생하고 있다. 한 마디로 세상살이가 어렵고 복잡하다. 하지만 인류 역사를 보면,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도 적응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스스로 진화해 왔다. 이른바 놀이하는 인간을 의미하는 '호모루덴스'의 출현이 대표적이다. 호모루덴스는 하위징아(J. Huizinga)가 1938년에 네덜란드어로 발간한 'Homo Ludens'라는 동명의 책 제목에서 시작하였다. 이 책은 사회와 문화 활동에서 놀이(play)라는 요소의 중요성을 체계적으로 논의했다. 하위징아는 새로운 세대가 출현하는 (충분조건은 아니더라도) 필요한 환경이 놀이라는 점을 제시했다.

하위징아는 20세기에 등장한 호모루덴스가 21세기 디지털 밈으로 다양한 놀이를 즐길 것을 상상했을까? 그 당시는 세계 2차 대전의 발발 전이라 어둡고 침체한 분위기였다. 따라서 어쩌면 놀이는 사회적 활력을 위해서 강제적이더라도 필요한 시기였다. 세계 대전이 끝났지만, 전 세계는 경제와 환경과 재난 분야에서 인류는 새로운 전쟁을 끊임없이 겪고 있다. 이러한 흉흉하던 분위기는 밈코인 출현의 주요 배경임이 틀림없다. 국내에서도 2017년에 출간된 '즐거움이 경쟁력이다'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것을 보더라도, 호모루덴스는 사회적 트렌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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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밈코인이 잠깐의 유행으로 신기루처럼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힘을 얻는 요인이 있다. 밈코인과 NFT 이미지가 만나면서, 모바일 SNS 미디어를 통해서 공유하고 다른 사람에게 과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스마트폰은 거의 모든 세대가 자존감과 친밀감을 표현하는 공간이자 매체가 되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NFT와 통합된 밈코인은 새로운 형태의 정서적 관행을 표현하고 새기는 데 호모루덴스의 소통 도구로서 기여할 수 있다. 어쩌면 인터넷 중독처럼 밈코인에 대한 편집증적 태도가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일론 머스크가 도지코인을 트윗하면, 사람들이 이것을 투자 신호로 여기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상기해 보자. 산업계 등 여러 분야에 머스크 팬덤 계층이 존재한다. 이 집단은 머스크의 활동을 소셜 미디어로 실시간으로 널리 공유하고 미사여구 형식으로 홍보한다. 때로는 단순한 바이럴(viral)을 넘어 머스크의 트윗 내용을 시장의 지배적 담론으로 만드는 경향도 있다. 머스크가 이룬 전기 자동차와 우주선 사업의 성공이 밈코인과 암호 화폐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고 신봉한다. '머스크 효과'(Musk effect)와 '밈코인 패러노이드'(meme coin paranoid)라고 이름 지을 수 있을 만큼, 추종자들의 인지적 전이 과정은 호모루덴스 시대에 더욱 폭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루가 멀다고 세계 각지에서 무거운 뉴스가 들려오는 시대이다. 밈코인은 따뜻한 공감은 반드시 아닐지라도, 특색 있는 이미지로 사람들을 상상의 세계로 안내해 준다. 밈코인의 본질이 개발자와 투자자의 달콤한 유혹일지라도, 사회적 유행은 호모루덴스가 추구하는 신나는 활동적 욕구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 사실이다. 유희의 인간이 단순히 놀기 좋아하는 세대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밈코인을 주목하고 유명인의 언급에 반응하며 NFT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은 정신적인 창조활동이다. 호모루덴스가 밈코인과 이누코인을 통해 풍부한 상상의 세계에 참여하고 있다. 기존과 차별적 특징을 지닌 문화적 자산의 생산은 인류 역사의 발전에 궁극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영남대 교수, nft-korea.eth>

박한우 교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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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우 영남대 교수

박한우 영남대 교수는 대구에서 초중고를 보내고 한국외국어대(학사), 서울대(석사), 미국뉴욕주립대(SUNY-Buffalo)(박사)를 졸업했다. 네덜란드 왕립아카데미(NIWI-KNAW)와 옥스퍼드인터넷연구원(OII) 등 글로벌 연구기관에서 근무했다. 영남대 부임 이후에 WCU웹보메트릭스사업단, 세계트리플헬릭스미래전략학회, 사이버감성연구소 등을 주도했다.

물리적 경계 속에 한정되어 있던 인간관계와 시대이슈가 온라인을 통해서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기존 법칙에 도전하는 과정을 탐구하는 빅데이터 네트워크 방법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SCImago-EPI Award, ASIST Social Media Award 등 국제 저명 학술상을 수상했다. 과학정보 노벨상 '데릭 솔라 프라이스상'에 후보로 여러 번 올랐다. 퍼블론스(Publons) 최우수심사자(세계 1%) 명단에도 포함되었다. 국제저널인 Quality & Quantity, Journal of Contemporary Eastern Asia 편집위원장(EIC)을 현재 맡고 있다.

리서치닷컴(Research.com)에서 2022년에 발표한 사회과학 및 인문학 최고 과학자(Top Social Sciences and Humanities Scientists) 순위에서 국내 1위에 올랐다. 연구자의 연구 생산성과 영향력을 알아보기 위한 지표인 h 지수(h-index)가 48, 논문 피인용 6천322회, 논문발표 168편으로, 세계순위는 1천418위였다.

글로벌 연구성과에 못지않게, 이미 오래 전부터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가 심해지면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는 등 국내외 이슈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창의적 지식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활용에 관한 중앙정부 및 지자체 자문위원으로서 이 분야에서 소외계층의 삶의 개선과 지역발전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로 보는 우리 지역 세상을 탐구하자는 방향에서 '빅로컬 빅펄스(Big Local Big Pulse)' 랩을 운영하면서, 데이터 기반한 이슈탐지와 융합학문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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