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피아미술관서 만나는 차계남·유주희 2인전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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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30  |  수정 2022-11-30 08:25  |  발행일 2022-11-30 제17면

대구 대표 중견 여류작가인 차계남과 유주희 2인전이 칠곡 수피아미술관(칠곡군 가산면 학하들안2길 105)에서 열리고 있다.


수피아미술관 2전시실(2층)에서는 '블랙 홀릭'의 세계로 초대하는 차계남의 '선(線)으로 만든 선(禪)의 세계'展을, 1전시실(1층)에서는 여백의 미와 사색의 깊이를 더해주는 유주희의 '반복 - 사유의 흔적'展을 만나볼 수 있다.


수피아미술관서 만나는 차계남·유주희 2인전
차계남의 '선(線)으로 만든 선(禪)의 세계' 전시 모습. <수피아미술관 제공>
◆차계남 '선(線)으로 만든 선(禪)의 세계'
2층 전시실 입구에 서면 긴 복도에 각 14m가 넘는 두 개의 작가 작품이 양 옆에 마치 '검은 터널'이나 '검은 숲'을 지나가는 것 마냥 전시돼 웅장함을 준다. 작가가 마치 '나의 작품 세계 속으로 빨려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듯, 그렇게 관람객들은 작가의 세계로 초대된다. 이 작품은 작가가 특별히 전시장의 사이즈에 맞춰 제작한 것으로, 긴 복도를 따라 걷다 보면 작가가 작품을 통해 구현한, 우주 너머의 영원한 시간을 가진 '대공간'에 다다를 것만 같다.

'검은색 마술사' 차계남에게 블랙은 숙명과 같다. 작가는 "블랙에는 고요함과 강인함이 있다"고 했다.
2021년 대구미술관 다티스트 원로작가 부문에 선정된 작가의 작업은 한 눈에 봐도 엄청난 수행의 시간이 응축돼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한지에 붓글씨를 새기고 그것을 일정한 폭과 길이로 자른 뒤 직접 꼬아 만든 실을 이용해, 오직 흑과 백의 색만으로 '선(線)으로 만든 선(禪)의 세계'를 형상화한다.

수피아미술관서 만나는 차계남·유주희 2인전
차계남의 '선(線)으로 만든 선(禪)의 세계' 전시 모습. <수피아미술관 제공>


작가는 블랙과 화이트 사이의 5단계의 색상의 실을 만들고 이를 활용해 화면을 시각화한다. 작업에 사용하는 이 실을 만드는 자신만의 '한지 실 직조기'도 전문가에 의뢰해 주문 제작했다. 이렇게 작가가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여의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 속에서 무수히 반복돼 겹겹이 겹쳐지는 한지 실들은 무한한 시간과 우주 공간을 현시한다.

차계남의 작품은 멀리서 바라볼 때와 가까이 다가가 살펴볼 때 다른 두 가지 매력을 가진다. 먼 발치에서 까마득한 우주의 공간을 눈에 담고, 가까이 다가서서는 무한한 듯 겹쳐지는 실들의 중첩으로 영원한 시간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작품 29점이 소개된다.

수피아미술관서 만나는 차계남·유주희 2인전
유주희의 '반복 - 사유의 흔적' 전시 모습. <수피아미술관 제공>


◆유주희 '반복 - 사유의 흔적'
1전시실에 들어서면 우선 중앙에 세워진 설치작품 같은 대형 신작 작업에 눈길이 간다. 150호의 최근작 4점을 세워놓았다. 넓은 중앙홀을 십분 활용해 사방에서 볼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 해놓은 것. 블랙과 미묘한 차이가 있는 진한 그레이의 거대한 화면 위에 작가의 독특한 작업 방법인 스퀴지(나무에 붙어있는 평평한 고무날)의 흔적이 두드러지게 새겨져 있다. 이 강인한 스퀴지의 흔적은 배경의 색감과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작가만의 의미가 담긴 상형문자나 부호로 상징화해 표현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수피아미술관서 만나는 차계남·유주희 2인전
유주희의 '반복 - 사유의 흔적' 전시 모습. <수피아미술관 제공>


이번 전시에서는 유주희의 작품 22점을 만나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설치작품 같은 신작 작품을 비롯해 린넨 천을 천장에서 전시실 바탕 아래로 길게 늘어뜨린 작품 등 디스플레이가 특히 돋보인다. 또한 전시장 내 여백의 공간이 작품과 어우러져 사색의 깊이를 더해준다.

유주희의 작업은 '스퀴지'와 '단색화'로 대변된다. 작가는 캔버스 위에서 지시적인 방향성 없이 감각적으로 반복되는 스퀴지의 흔적으로 평면의 화면 위에 깊이와 공간감을 생성한다. 우연에 따라 이리저리 흐르는 스퀴지의 흔적들이 부딪히며 화면에는 그것의 리듬감에서 만들어지는 역동성이 가득하다.

홍영숙 수피아미술관 관장은 "유주희 작가의 작품 속에는 무의식적인 수행으로 작가가 딱히 의도하지 않은 어떤 심상이나 풍경이 재현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역동적인 스퀴지의 흔적들을 통해 깊은 밤하늘과 같은 고요와 일렁이는 바다의 파도를 한가득 마주한 듯한 신비로움을 동시에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2월31일까지.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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