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국비)안 처리를 앞두고 기본적으로 각개약진(各個躍進)식 국비사업 추진 기조를 고수 중인 대구·경북이 제조업 기반 AI(인공지능)탑재, 차세대 반도체 벨트조성, 미래차 전환 등 지역경제 회복의 디딤판을 놓을 중요 사업에는 이른바 '조용한 공조'체제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법정시한(지난 2일)을 넘겼지만 정기국회 종료일(9일)까지는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한 공동 물밑 노력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일단 AI 기반 자율제조 생태계 조성사업(총사업비 450억원)이 주목받는다. 영남권 제조업은 전국 매출 38%(전국 1위), 사업체 수 31%(전국 2위), 부가가치 32%(전국 2위)를 점유한다. 하지만 최근 제조업 공동화가 우려되는 상황에까지 내몰려 있다. 이에 대구(지능형 기계)·경북(차부품, 디지털 기기)을 비롯해, 부산(뿌리산업)·울산(정유, 석유화학)·경남(조선, 항공 등)이 의기투합했다. 제조인력 부족 심화, 국제정세 변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위험 확대, 생산설비 노후화, 중대산업 재해 등을 함께 타개하기 위해서다. 해당 지역 특화산업인 제조업 분야에 인공지능을 접목해 자율제조 AI 학습데이터 구축, 선행기술개발 및 실증에 사활을 걸었다. 5개 시·도는 국비 100억원(각 20억원)을 신청했지만 당초 정부 예산안에는 한푼도 담기지 않았다.
경북도가 포항에 구축하려는 모빌리티 반도체 벨트도 주목할 만하다. 포스텍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등 3개 과학기술특성화 대학연합체를 중심으로 차세대 모빌리티 반도체 영남권 벨트를 구축(총 사업비 187억원)하는 프로젝트다.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분야 기초 및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고급 전문가 풀(pool)과 인프라를 융합한 '모빌리티 반도체 집단 R&D클러스터 구축'을 표방한다. 인프라 공유 및 공동 인력양성 시스템을 갖춰 관련 기업을 집중 지원하려 한다. DGIST는 센서 반도체에서, UNIST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상호 연계하면 반도체 벨트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여긴다. 경북도는 국비 50억원을 신청했지만 정부안에는 담지 못했다.
대구시가 차부품업체를 대상으로 추진하는 '지역 연계 미래모빌리티 AI융합 기술개발 및 지원사업(250억원)'도 간접적으로 경북도와 연동돼 있다. 경북 경산·영천에 역량있는 차부품 업체가 많아서다. AI와 SW 중심 미래모빌리티 산업 기반을 다지기 위해 기획된 이 사업은 지역 차부품업계의 미래차 전환을 가속화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한국은행과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대구경북 차부품 업체 중 전기 및 수소차 관련 부품을 생산 중인 곳은 30.1%, 향후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업체는 43.6%다. 지역 차부품기업 10곳 중 7곳은 미래차 전환을 갈구하고 있다. 이들 기업에 대한 미래차 기술수요 조사에선 소재·차체부품 등 경량화 부품이 27.4%, SW플랫폼 및 조향·제동시스템이 26.4%로 나타났다. 미래차 핵심부품으로 인식되는 모터·감속기·인버터 관련 기술개발 수요도 15.1%나 된다. 대구시가 내년에 국비 50억원을 신청했지만 25억원만 정부안에 담겼다. 25억원 증액이 필요하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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