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전직 대통령의 '자기중심적 분노'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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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05 06:45  |  수정 2022-12-05 06:49  |  발행일 2022-12-05 제26면
재임 기간엔 '선택적 분노'
임기 후반엔 '의도된 분노'
퇴임 직후엔 '화풀이 분노'
사법리스크 다가온 지금은
자기방어용 '기획된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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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장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줄곧 '선택적 분노'를 했다. '조국 사태' '윤미향 파동' '추미애-윤석열 충돌' 같은 나라를 온통 뒤흔든 일엔 대통령으로서 책임 있는 입장 표명 없이 침묵을 선택했다. 간혹 입을 열어도 '조국에게 마음의 빚' 운운하며 본질을 일부러 비켜 갔다. 반면에 본인과 직접 관련된 일엔 즉각적으로 일일이 대응하고 대꾸했다. 야당이 양산 사저 신축 과정에서의 농지법 위반을 지적하자 "아무리 선거가 있어도 그 정도 하시라. 좀스럽고 민망하다"며 발 빠르게 반응했다. 재임 중 자신을 비방하는 전단을 뿌린 시민에 대해선 '모욕죄'로 직접 고소하기도 했다. 배우자(김정숙)에 대한 비판 보도에도 강하게 대응했다. 그렇게 '선택적 분노'를 하던 그는 임기 막바지 다음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한창인 시점엔 '의도된 분노'를 표출했다.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전 정권 적폐 청산 수사를 할 것이냐'는 물음에 "해야죠. 해야죠. (수사가) 돼야죠"라고 했다. 그러자 당시 문 대통령은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청산 수사 대상으로,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했다. 대선국면에서 지지층 결집을 노리고 퇴임 후 자신에 대한 검찰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기 위한 '의도적 분노'였다.

퇴임 후엔 '화풀이 분노'를 하거나 퇴임 전 준비한 정치보복 프레임 설치를 위해 '기획 분노'를 자주 한다. '화풀이 분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선물인 풍산개를 국가에 반납하면서 쏟아낸 불평들이 대표적이다. 매월 1천400만원의 연금을 비과세로 받는 전직 대통령이 "6개월간 무상으로 양육하고 사랑을 쏟아준 것에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것"이라고 적은 대목에선 '좀스럽고 민망함'의 극치를 느꼈다. 재임 기간 저질렀던 일에 대한 검찰 수사의 칼날이 다가온 지금은 연달아 '기획 분노'를 한다. 서해 피격 공무원 '월북 몰이'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구속적부심 심사를 받게 되자 "부디 도를 넘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서훈이 구속되면 다음은 본인이 위험해지니 '도를 넘어서는' 윤석열 정권에 저항해 구출해 달라는 메시지다. 앞서 감사원이 본인에게 직접 서면조사를 요청했을 때의 반응이었던 "대단히 무례한 짓" 역시 마찬가지 목적으로 세밀히 기획된 분노 표출이다.

문 전 대통령은 '도를 넘지 않기를 바란다'는 메시지에서 또 하나 셀프 방어막을 쳤다. 바로 "서해 사건은 당시 대통령이 국방부, 해경, 국정원 등의 보고를 직접 듣고 그 보고를 최종 승인한 것"이란 발언이다. 얼핏 들으면 스스로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품격 높은 의미가 된다. 하지만 여기엔 변호사답게 법적 처벌을 면하기 위한 덫이 깔려 있다. 국정을 총괄하는 대통령으로서 취한 모든 조치는 큰 틀의 통치 행위이므로 사법적 잣대로 재단할 수 없다고 말하는 거다. 월북 몰이 외에도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 본인과 관련된 모든 재임 중 사건에서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한 수단으로 '통치행위'를 들고나올 심산으로 파악된다. 그 효과는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에서 가려지겠지만 문 전 대통령의 분노는 재임 중이나 퇴임 때나 모두 자기중심적으로 나오는 건 분명하다.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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