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백두대간 자생식물 이야기<20> 댕강나무

  • 허태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보전복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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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15  |  수정 2022-12-15 07:33  |  발행일 2022-12-15 제21면

[기고] 백두대간 자생식물 이야기 댕강나무
허태임〈국립백두대간수목원 보전복원실〉

댕강나무는 영월과 단양·제천 등지의 석회암 지대에 드물게 자라는 한반도 특산식물이다. 꽃은 5월 중순에 짙은 향기를 내며 핀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우리의 댕강나무를 두고 '향기댕강나무(Fragrant Abelia)'라고 부른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이 댕강나무 보전 연구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끝을 알 수 없는 채광 활동으로 댕강나무의 군락지가 꾸준히 줄고 있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전 세계 어디에도 없고 한반도에만 사는 식물이라는 점에서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는 이렇게 사라질 위험에 처한 우리 식물의 종류를 밝히고 그들의 상황을 분석하는 업무를 중점 과제로 진행하고 있다. 개엽과 개화와 수분·수정·결실, 그 일련의 과정 동안 서식지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기록 등 가능한 한 모든 일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분석해서 그들에게 닥친 상황을 파악한다. 그래야 위기에 놓인 식물의 과거를 짐작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수목원의 특히 중요한 임무는 '대체서식지(현지외보전원)'를 실제로 만드는 것이다. 인간의 개발 활동으로 부득이하게도 자연의 한 곳을 허물게 될 경우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여 그들이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장소가 대체서식지다. 그렇게 마련된 댕강나무의 대체서식지가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곳곳에 있다.

우리의 댕강나무보다 중국댕강나무의 원예품종인 꽃댕강나무가 일반인들에게는 더 익숙한 편이다. 개화 기간이 길고 자람이 까다롭지 않아 국내외 없이 조경수로 널리 재배하고 남한의 공원과 정원에 즐겨 심기 때문이다.

정작 우리 댕강나무의 가치를 먼저 알아본 건 서양의 정원 애호가들이다. 일찍이 유행처럼 대륙 전역에 번져나간 꽃댕강나무가 그들에게 다소 지루해질 무렵 우리 댕강나무를 접한 것인데, 꽃도 곱고 향기도 좋은 데다가 쉽게 접할 수 없다는 희귀성 때문이었다.

일본 나고야에서 채택되어 2014년 발효된 '나고야의정서'는 각국의 생물과 그 유전자원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원산지에 우선한다는 국제협약이다. 그 약속에 따라 국가의 생물에 대한 권리인 '생물주권'이 인정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생물 종을 무기로 총성이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바야흐로 생물 소재의 국산화가 국력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 중심에 댕강나무가 있다. 조경수나 정원수로 적합하고, 신약과 화장품의 원료가 되는 생리 활성 소재로서의 가능성이 그들의 몸 곳곳에 녹아있어서다. 댕강나무를 비롯하여 우리 땅에만 자라는 고유식물은 생물이 국력이 되는 시대에 우리가 부릴 수 있는 필살기와도 같다. 우리 국가의 핵심 국력인 셈이다.

과도한 개발을 줄여 우리나라 고유 희귀식물의 서식지를 지키는 일, 불가피하게도 개발이 진행될 경우 서식지 바깥에 안전한 대체서식지를 조성하여 그들이 삶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강구하는 일, 그 식물들을 대량으로 증식하고 활용하기 위한 기초 연구를 확대하고 꾸준히 이어나가는 일은 우리나라가 생물 다양성 강국이 되는 시대를 앞당기는 길이 될 것이다.

허태임〈국립백두대간수목원 보전복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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