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 선택 아닌 생존"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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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14  |  수정 2022-12-14 07:36  |  발행일 2022-12-14 제13면

ESG 경영, 선택 아닌 생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시대, 기업 사회공헌의 역할은 올해에도 핵심 이슈다. 사회공헌의 역할이 예전보다 축소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한때 유행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SG, 여전한 대세 각광

"ESG는 기업 경영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 시장과 투자자, 소비자들이 기업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면서 ESG 경영은 기업의 생존을 위해 필수가 됐다. 한때 유행이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큰 흐름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8월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진행된 '2022 글로벌 ESG 포럼' 기조 강연에서 한 말이다. 코로나19에 잇단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으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지속 가능성'의 가치를 재조명하면서 ESG가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발간한 '2021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사회공헌 의사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ESG'가 52%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ESG 경쟁력은 기업의 생존 문제로 직결되고 있다. 자금 조달에서도 ESG 경영이 주요 요소가 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ESG를 평가 요소로 도입한 자산은 45조달러로 전체의 절반에 가깝다. 2030년에는 무려 95%로 상향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기업 생존 수단이 된 ESG의 한 축인 'S(Society)'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한 기업의 책임 경영 실천에서 확인된다. 일부 기업은 업(業)과 연계한 꾸준한 사회공헌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면서 양극화, 교육격차 해소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역 주요기업 사회공헌 활동 확대
DGB, 적십자 기부 누적 30억 초과
'레드크로스 아너스기업' 이름 올려
대경권 이랜드리테일, 봉사조직 강화
소외계층 2만가구에 생활물품 기부
엑스코, 전력소비·탄소배출 최소화
신재생에너지 보강·건물 녹화 추진

◆1개사당 사회공헌 비용 늘어

기업들은 사회공헌 비용 지출을 늘려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발표한 '2021년 주요 기업의 사회적 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191개사의 전체 사회공헌 지출액은 총 2조6천122억7천779만원이었다. 전년 대비 12.7%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1개사당 사회공헌 지출액은 136억7천685만원으로 전년 대비 7천334만원(0.5%) 늘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2020 사회공헌 백서'에서도 2019년 100대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 비용은 1조7천590억원으로 전년보다 800억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2018년부터 '주요 기업의 사회적 가치 보고서'라는 이름으로 주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총량과 분야, 임직원 봉사활동 현황, 기업의 사회공헌에 대한 인식 조사 등을 펼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은 매출액 대비 0.2% 내외 사회공헌 비용을 지출하고 있으며 취약계층 지원(33.5%), 교육 및 학술(10.6%), 문화예술과 체육(9.2%) 분야에 관심을 쏟고 있다.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지속 연수는 9.3년으로 국내 기업들은 아동·청소년(36%)과 지역사회(12.9%)를 중심으로 중점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도 사회공헌 대세

중소기업도 피할 수 없다.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 표준(ISO 26000)은 사회공헌을 '지역사회 참여와 발전'으로 풀이하고 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사회공헌 예산 부족을 하소연한다. 2021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27.1%가 '재원 부족'을 이유로 사회공헌 추진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또 '정보 부족' '무관심'이 각각 14.6%, '인력 부족'이 14.1%로 나타나 구조적인 어려움이 컸다.

예산 부족은 매출과 직결된다. 중기부가 발표한 사회공헌기업 통계를 보면 국내 전체 기업 수의 99.9%가 중소기업이고 전체 기업 종사자 중 82.7%가 중소기업에 재직하고 있음에도 중소기업 매출은 전체 매출의 48.7%에 불과하다. 매출액이 높을수록, 종업원 수가 많을수록 기업들은 사회공헌에 보다 많이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기업 함께해 규모 늘려야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이 사회공헌을 통해 ESG 경영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먼저 기업 단독으로 하기 어려운 프로젝트를 비슷한 규모의 여러 기업이 함께한다면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꼭 재정적 지원이 아니더라도 각 기업의 제품을 활용하거나 여러 기업의 임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등 활동을 통해 지원 규모를 키울 수 있다. 또 사회공헌 활동 방식을 환경적 측면에서 점검하고 개선할 수도 있다. 물품이나 식품 기부 시 포장재를 업사이클링(재활용)하거나 혹은 다회용 용기와 같은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고 소모된 자사 제품을 다시 거둬들이는 활동을 할 수 있다.

사업체가 소재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얼마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지역사회에서 생산한 감자를 사용하지 않는 KFC에 대한 불매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나기도 했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을 회사의 식자재로 구입하거나 아예 지역 주민에게 맡겨서 생산하게 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인적자원과 업종 특성을 지역사회와 연계해 사회 측면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실천하는 글로컬 사회공헌 활동 역시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역 시민 위한 사회공헌 활동

지역과 함께하는 사회공헌 활동은 더욱 눈길을 끈다. 올해 창립 55주년을 맞이한 DGB대구은행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을 격려하기 위해 사회공헌 활동을 실천 중이다.

대구은행은 올해 지방은행 최초로 대한적십자사 기부 누적액이 30억원을 초과하는 법인들이 선정되는 '레드크로스 아너스기업'(법인단체 고액 기부모임)에 이름을 올렸다. 고액 기부클럽 '레드크로스 아너스기업'은 대한적십자사가 인도주의 사업 및 기업의 사회 공유가치 실현을 위해 기부 누적 금액별로 산정한 나눔 플랫폼이다.

<주>이랜드리테일은 지역 상생을 위한 사회공헌에 집중하고 있다. 40여 년 전통을 가진 동아백화점이 이랜드 그룹의 가족 일원으로 새로 출발한 이후 지난 13년 동안 가장 중점적으로 전개했다. 대경권 이랜드리테일은 봉사단 조직 강화 및 다양화를 통한 봉사활동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왔다. 봉사단 조직을 정규직원과 협력·용역업체 직원, 고객봉사단까지 확대해 대경권 이랜드리테일(동아백화점·NC)봉사단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경권 봉사단은 다양한 지역기여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매월 지역 소외계층에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는 '사랑의 장바구니' 사업을 전개해 현재까지 2만 가구 이상을 지원해 왔다. 지역의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해 청소와 목욕봉사 및 물품 전달사업 등도 꾸준히 하고 있다.

엑스코는 ESG 경영의 하나로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전력 소비와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고 있다. 엑스코 건물 전체 조명을 LED등으로 교체하고, 20년이 넘은 보일러를 고효율 보일러로 교체했다. 또 신재생에너지 장비 보강 및 건물 녹화를 추진해 엑스코가 전국 최대 그린전시컨벤션센터로서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할 방침이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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