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미진 (영남대 겸임교수) |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편이다. 덕분에 계절에 따른 놀이문화와 다채로운 축제들이 존재한다. 봄에는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들을 보기 위해 꽃놀이를 하고, 여름에는 무더위를 피해 강과 바다로 떠난다. 가을에는 울긋불긋 예쁘게 물든 자연의 색을 보기 위해서 산과 들로 단풍놀이를 간다. 겨울의 놀이는 어떠한가? 이한치한(以寒治寒)으로 겨울의 추위를 정면으로 맞서며 각종 얼음 축제를 즐기러 가기도 한다. 다만 필자처럼 추위에 약해 실내활동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이들을 위해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겨울 놀이를 추천하고자 한다.
겨울은 흔히 '발레'의 계절이라고 한다. 무용에 계절감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추위와 함께 찾아오는 해외 유명 발레단의 내한 소식과 함께 국내 유수의 발레단 공연이 연이어 성행 중인 것을 보면 겨울에 발레 공연이 유독 잦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하는 '호두까기 인형'은 겨울 단골 레퍼토리로서 흔히 볼 수 있다.
호두까기 인형은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을 원작으로 마리우스 프티파에 의해 각색된 발레 작품이다.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로 알려진 '백조의 호수'와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잇는 작품으로, 우리에게 친숙하면서도 아름다운 음악이 특징이다. 주인공 클라라의 크리스마스 파티를 배경으로, 생쥐 대왕과 호두까기 인형의 흥미진진한 전투 장면, 세계 각국의 민속춤으로 이루어진 캐릭터 댄스, 아름다운 꽃의 왈츠 군무까지 흥미진진한 볼거리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특히 사람마다 춤에 대한 각자의 취향이 있어 작품 추천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는 필자가 발레 입문작으로 추천하는 작품 중의 하나다. 동화적인 이야기로 구성돼 있고, 복잡하거나 서사가 많은 편이 아니라 줄거리를 모르고 보더라도 이해가 어렵지 않다. 또 2막으로 구성돼 있어 다른 클래식 전막 공연보다 짧은 것도 장점이다. 더불어 볼거리가 많은 편이라 "넋을 잃고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공연이 끝나 있다"라는 지인의 표현처럼 아름다운 무용수와 그들이 만들어내는 동작·의상·음악 연주·배경까지 완벽한 합을 이뤄내며 작품에 빠져들게 한다.
공연을 고를 때 주의해야 할 점 하나를 알려주자면, 누구에 의해 재안무 되었느냐에 따라 작품에 변화가 있는 편이다. 클래식 정통의 프로토콜은 존재하지만, 각각의 안무자의 해석에 따라 변경되는 부분이 있다. 같은 공연이라도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 묘미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 말처럼 조금만 알아보고 가면 공연을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올겨울 가족과 함께 겨울 놀이로 발레 작품 하나 보면서 따뜻한 연말을 맞이하는 것은 어떨까?
김미진 (영남대 겸임교수)

김미진 영남대 겸임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