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당 대표 홍준표' 시나리오와 약체 여당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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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19 06:46  |  수정 2022-12-19 06:49  |  발행일 2022-12-19 제26면
깜짝 등장한 '洪당권론'
총선 필승 카드로 거론
시장 취임 얼마 안 되어
현실화 가능성 낮지만
與현실 반영한 측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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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 서울본부장

서울 여의도 정가에 '홍준표 대구시장 국민의힘 당권 도전 시나리오'가 깜짝 등장해 일부 언론이 기사로도 다뤘다. 내후년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기 위해선 홍 시장이 국민의힘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건데, 이유는 대략 세 가지다. 첫째, 수도권에서의 경쟁력이다. 서울에서 국회의원 4선을 했고, 그중 3선은 보수가 약세인 강북권(동대문)에서 일궜으므로 다음 총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승리를 이끌 수 있다는 거다. 둘째, 20·30세대와 소통 가능한 여당 대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홍 시장은 대선후보 경선을 거치며 젊은 층과 꾸준히 대화했다. 지금도 자신이 개설한 커뮤니티 '청년의 꿈'에서 '청문홍답(청년이 묻고 홍준표가 답한다)' 코너를 통해 소통한다. 셋째, 홍 시장의 상품성이다. 전국적인 지명도가 높은 홍 시장이 당 대표로 총선을 지휘하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흥행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거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별로 없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홍 시장이 대구시장 자리를 던져야 경선 출마가 가능한데 시일이 촉박하고, 사퇴 시점도 너무 이르다. 현재 예상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내년 2월 말~3월 초. 홍 시장이 6·1 지방선거에서 당선됐으므로 8~9개월 만에 시장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말이 된다. 홍 시장은 이전에 두 차례 현직에서 사퇴하고 다른 선거에 도전한 적이 있다. 올해 대구시장 도전을 위해 수성구을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았고, 2017년 대선 출마를 위해 경남도지사직을 던졌다. 하지만 국회의원직은 2년 만에 경남도지사직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에도 근 3년 만에 사퇴했다. 더구나 이번엔 대선후보 경선에서 실패한 뒤 '셀프 하방'을 하고 금배지를 던지면서 시장이 됐는데 벌써 다른 선택을 하긴 어렵다. 현실성이 별로 없는 두 번째 이유는 홍 시장이 여전히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란 사실이다. 지금 여권의 역학 구도에서 홍 시장이 당권 도전에 나서려면 친윤 그룹의 지원이 필요한데,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초반에 '미래의 권력'에 힘을 실어줄 리 만무하다. 이미 용산 대통령실 주변에선 차기 대권 주자는 당 대표 경선에서 '윤심'을 타지 못할 거란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 홍 시장으로선 과거 두 차례나 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금도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두 번 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사태(2011년 한나라당 대표), 지방선거 참패(2018년 자유한국당 대표)로 임기를 못 채우고 낙마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차기 대권을 노린다면 일찌감치 중앙무대로 진출하는 게 유리하다. 홍 시장은 윤 대통령과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민심'(일반 국민여론조사)에서 크게 이겼지만 '당심'(책임당원 투표)에서 더 크게 지는 바람에 대권을 놓쳤다. 다시 도전하려면 '당심'을 잡는 게 필수다.

특히 차기 당 대표는 내후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는 만큼 '친홍계'를 구축하는 데 절호의 기회다. 그런데도 앞서 설명한 두 가지 이유로 '여당 대표 홍준표'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다만 여기서 발견되는 현실이 하나 있다. 느닷없이 '홍준표 차출론'이 나올 정도로 10명 가까이 이르는 차기 당권 주자 중에 홍 시장보다 높은 경쟁력을 가진 인물이 없다는 얘기다. 더 정확하게는 '비주류'인 유승민 전 의원을 꺾을 수 있는 당권 주자가 홍 시장 외에는 없다는 거다.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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