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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진<영남대 겸임교수> |
'시류(時流)'는 그 시대의 풍조나 경향을 일컫는 말이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여기'라는 현재의 경향에 대한 문제다. 다만 시류에 따른다는 표현은 조금은 부정적인 의미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주관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 그 시대의 흐름에 따라 유행에 편승해 같이 흘러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시류에 따라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인간의 삶 속에 존재하는 모든 양식에는 시류, 다른 표현으로 '유행'이 있다. 요즘 유행에 맞춘 패션, 노래, 음식까지도 그 시대를 주름잡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론 예술에도 유행은 나타난다. 대개 예술작품은 시대를 반영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사는 시대의 문화, 경제, 사회와 무관하지 않게 흘러간다는 것이며, 당시의 시대가 추구했던 예술 경향을 대변한다. 이런 흐름의 변화는 예술의 방법적인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시대가 지니고 있던 사회적 현상을 기반으로 예술인만의 방식으로 저항하고 치열하게 표현한 결과물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2020년에 시작된 코로나19의 유행은 예술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공연장의 불은 꺼지고, 각종 행사와 축제들이 사라지며 예술인을 고립시켰다. 이러한 상황은 예술인들의 창작 기회를 앗아갔고, 예술의 생존 문제와 직면하는 듯 비쳤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들의 선택은 단호했다. 오히려 보란 듯이 현재 상황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고자 했다. 또 예술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비대면 공연' '온라인 공연'을 통해 새로운 예술 표현의 방식으로 삼고자 한 것이다.
시간이 흘러 거리 두기가 해제됐고,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멀어졌던 예술이 사람들의 품으로 돌아오는 중이다. 예술은 이 상황에 맞게 또 방법을 바꿔 일상으로 다가올 방법을 찾을 것이다. 이것도 이 시대의 하나의 조류라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결국, 시류라는 것은 시대가 낳은 한낱 유행으로 치부할 것이 아닌 예술 경향성의 문제이며, 시대적 문제의식의 결과물로 나타나는 대안인지도 모른다.
지금은 현시대가 요구하는 예술의 경향성이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경제적 삶의 지표가 연일 하락세로 돌아섰고, 뉴스 속에서 등장하는 키워드들은 사람의 마음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름답고 따뜻한 예술의 경향성을 위해서 조금 고심해 봐야 할 것이다.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따뜻하게 위로하고 사람들을 안아줄 수 있는 열기가 있는 예술의 품을 내어줘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한다. 시대 문제의 고찰이 최선이 아니라 사랑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노래하며 따뜻한 시류와 함께 흘러 가보는 것은 어떨지 조심스럽게 제안해 보고자 한다.김미진<영남대 겸임교수>

김미진 영남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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