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권 변호사의 부동산 읽기] 재건축조합이 시공사와 가계약 후 함부로 취소하면 손해배상해야

  • 김재권 법무법인 효현 대표
  • |
  • 입력 2022-12-21  |  수정 2022-12-21 07:35  |  발행일 2022-12-21 제16면

[김재권 변호사의 부동산 읽기] 재건축조합이 시공사와 가계약 후 함부로 취소하면 손해배상해야
김재권 법무법인 효현 대표

재건축조합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조합총회에서 경쟁입찰 또는 수의계약(2회 이상 유찰 시)의 방법으로 건설업자 또는 등록사업자를 시공사로 선정해야 한다. 시공사가 선정되면 통상 선정 직후 조합과 가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범위가 확정되는 관리처분계획인가 단계에서 본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최근 주택경기 불황에 따른 미분양 증가와 고금리, 건설자재비, 건축비 상승 등으로 인한 조합과 시공사 간 계약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조합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정도만 인정해 주려고 하고 시공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훨씬 상회하는 건설공사비 지수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고집하며 조합이 불응하면 시공에서 손을 떼겠다고 사실상 협박하기도 한다.

주택경기가 좋은 시절에는 시공사가 '을'이었다가 주택경기가 나빠지니 '갑'으로 돌변한 것이다. 그렇다고 조합이 함부로 계약을 해지(취소)하면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 대여금 반환은 물론, 시공했더라면 얻었을 이익도 배상해야 하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 서울서부지법은 재건축조합이 시공자 선정 당시 체결한 가계약 내용과는 달리 관리처분인가 과정에서 체결하는 본계약에서 무리한 변경을 요구하다가 계약을 취소한 사안에서 조합은 시공사에게 시공이익 100억원 중 70%(70억원)와 대여금(30억원)을 합쳐 10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려 주목된다.(2022. 11. 3. 선고 2020가합35076 판결).

사례를 보면, 제주시 이도주공 2·3단지 재건축조합이 시공사로 선정한 현대산업개발, 한화건설과 2018년 7월쯤 공사도급 가계약을 체결한 후, 2019년 4월쯤 조합이 계약조건이 불합리하다는 이유로 변경을 요구했으나 서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조합은 정기총회를 열어 시공사 선정취소 안건을 의결하고, 새 시공사로 현대건설을 선정하자, 기존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과 한화건설은 대여금(입찰보증금) 30억원과 공사를 그대로 진행했을 경우 얻을 수 있었던 시공이익 100억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법원이 시공사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판결 이유를 살펴보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 참여할 때부터 사업참여제안서와 공사도급계약서의 초안을 제출함으로써 계약조건을 제시했고 공사도급계약의 주요한 내용이나 조건은 상당 부분 결정이 됐다고 봐야 한다"는 점을 전제했다.

그리고 "가계약까지 체결했음에도 조합이 추가로 계약조건 변경 등을 계속 요구하다 끝내 시공사 선정을 취소하기에 이른 것은 정당한 이유 없이 예약에 따른 본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이므로 조합이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결론지었다. 

<법무법인 효현 대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