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경제 결산 .1] 대구 부동산 빙하기...암흑기에 돌입한 아파트 시장 공급과잉에 매수심리도 사라져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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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27  |  수정 2022-12-29 07:16  |  발행일 2022-12-27 제1면
[2022년 경제 결산 .1] 대구 부동산 빙하기...암흑기에 돌입한 아파트 시장 공급과잉에 매수심리도 사라져
대구 수성구 법이산에서 바라본 수성구 지역 아파트. (영남일보 DB)
2022년 올 한 해는 대구 부동산 시장의 급랭기로 기록될 전망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이 다시 얼어붙었다. 연초부터 미분양 물량이 속출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충격을 줬다. 미국발 금리인상은 주택 수요자들의 구매심리마저 위축시켰다. 설상가상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면서 건설원가까지 치솟아 건설업계 전반이 암흑기를 보냈다. 여기다 직전까지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공급된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공급과잉을 부추기고 주택구매 자금이 마르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7년 이후 고공행진하던 대구 주택가격은 지난해 11월 보합세 이후 단 번의 반등 없는 날개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공식 수치를 살펴보면 지난해 11월 100.8을 기록한 대구의 주택가격매매지수는 지난 11월 94.2로 고꾸라졌다. 전국 17개 시·도 주택가격지수가 100으로 조정된 지난 6월 이후 현재까지 하락률을 보면 대구(94.2)는 세종(87.4)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이 떨어졌다. 수성·달서구 및 달성군의 지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시장 현장의 체감은 가혹할 정도다. 부동산정보 서비스업체 직방 자료를 보면, 최근 1년 이내 전국 아파트 신저가 하락률 15위를 기록한 대구 달서구 장기동 K 아파트 전용 59.9㎡의 경우 지난 5월 3억3천6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11월 40.5% 하락한 2억원에 하락 거래됐다. 같은 기간 신저가 하락률 전국 18위를 기록한 수성구 범어동의 W 아파트는 올해 3월만해도 9억4천200만원에 매매됐지만, 지난 11월 39.5% 하락한 5억7천만원에 실거래됐다.

전문가들은 대구 주택가격 추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공급과잉을 꼽고 있다. 지역 주택건설업계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간 대구에만 무려 10만가구 이상 아파트가 공급됐다. 연간 평균 2만5천가구의 아파트가 시장에 쏟아진 셈이다. 대구 인구 수와 장기적 관점의 매몰주택을 고려한 연간 적정 공급량(1만2천가구)보다 2배 이상 많다.

덩달아 미분양 물량도 쌓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1천977가구였던 대구의 미분양주택은 지난달 전국에서 가장 많은 1만830가구를 기록했다. 건설사 사정으로 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물량을 포함하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에도 3만가구 이상의 입주가 예상돼 부동산 시장의 추가 위축이 우려된다.

정부차원의 각종 규제 완화 움직임이 있었지만 시장에선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앞서 주택 호황기인 2020년 대구는 전 지역(달성군 일부 제외)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주택 구입 시 대출규제 등을 받아왔다. 지난 2월 대구시는 주택시장 급랭을 막기 위해 정부에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강력히 건의했다. 그 결과 지난 6월에는 수성구를 제외한 대구 전역 및 경북 경산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다. 9월엔 수성구와 포항 남구가 조정대상지역 족쇄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했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대구 아파트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0.5대 1로 전국 17개 시·도 중 꼴찌다.

김대명 대구과학대 금융부동산과 교수는 "규제 완화에 따른 기대감 보다는 향후 부동산 시장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부정적 심리가 수요자들을 지배하고 있다"며 "대구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선 LH 등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임대로 전환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분양권 전매제한 해제 등 추가 규제 완화 조치가 이뤄지면 시장이 받을 충격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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