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
다사다난했던 2022년이 저물어간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2009년 유로존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위험, 2015년 중국발 위기 등 연달아 터진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버냉키의 헬리콥터 머니로 시작된 양적완화(QE)가 십 여년간 지속됐다.
시기적으로 긴축이 불가피했던 때 갑자기 터진 코로나 확산으로 세계는 보유하고 있는 최대한의 수단인 통화정책·재정정책·복지정책(보편적 복지인 재난지원금)의 세 개 수도꼭지를 동시에 틀었다. 이 세가지 수단이 동시에 집행된 것은 역사적으로도 유례없는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유동성이 엄청나게 공급됐고, 부동산·주식·가상화폐·기업인수목적회사(SPACS)등의 자산가격은 수 년간 폭등세를 거듭했다. 하지만 미-중 패권전쟁에 따른 경제 블록화와 공급망 문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신냉전과 에너지·곡물가격의 폭등, 신흥국과 중동의 자원이기주의 등이 중첩되어 나타나며 거센 인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나 세 개의 수도꼭지가 동시에 잠겨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에너지·식량문제가 불을 질렀고, 이후 주택·인건비·중고차·서비스 등 다양한 항목에서 겉잡을 수 없는 비용상승이 나타났다. 이를 잡기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기조와 보수적 재정집행, 위드 코로나 상황에서의 복지중단이 동시에 나타난 것이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과분하게 좋았던 만큼 잔인할 정도의 고통이 수반될 때가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린 2023년을 맞이해야 한다. 주목해야 할 것들을 고민해본다.
첫째, 경기침체는 반드시 온다. 미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해야만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만하고 짧은 침체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크레딧 리스크와 기업의 실적둔화가 어느 정도 우릴 괴롭게 할 지 알 수 없다.
둘째, 부채있는 기업과 가계의 고통은 이자부담만큼 괴로울 것이다. 금리 수준도 수준이지만 지속성 여부가 중요하다. 고금리가 오래 지속된다면 견디기 힘든 주체들이 쓰러질 수도 있다.
셋째,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고비용 문제와 가처분 소득 감소에 따른 수요감소 문제가 동시에 나타나기는 1970년대 이후 처음이다. 아마도 기업이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거나 비용을 낮추기 위한 구조조정, 슈링크 (Shrink+inflation)플레이션의 선택은 어쩔 수 없다.
넷째, 스타트업에 대한 무한대 자금공급, 가상화폐에 대한 무조건적 낙관론은 더 이상 기대해선 안된다. 가상보단 현실세계가, 스타트업 보다는 대기업이 더 유리한 조건이 펼쳐진다.
다섯째, 주식시장은 전약후강, 전강후약의 다양한 전망이 나오는 것 같지만 결론은 큰 폭의 하락도, 상승도 없는 플랫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란 점이다.
여섯째, 경기에 영향이 없는 섹터로 한정해야 할 것 같다.
신냉전에 따른 방산주, 에너지난 지속에 따른 에너지주(단기는 화석연료, 장기는 신재생에너지), 경제블럭화에 따른 공급망 재편 관련주(IRA에 따른 미국내 광산주, 건설기계류 등), 시류를 타는 B2C보다는 안정적인 B2B 관련주, 중동의 대규모 투자에 혜택을 입는 관련주,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수혜주 등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될 수 있겠다. 힘들고 놀랄 일이 많았던 2022년도 저물어 간다. 2023년엔 부디 고통은 짧고 희망은 길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