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현지시간·이하 동일) 선종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고 분단의 아픔에 공감하는 등 재임 중 한반도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베네딕토 16세는 2007년 2월 15일 교황청을 방문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만나 친서를 전달했는데 여기에서 한반도 문제에 관한 그의 견해를 엿볼 수 있다.
그는 친서에서 "제가 한반도와 그 주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기도드리고 있다는 것을 (한국 국민들에게) 확실히 말씀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민은 분단으로 인하여 50년이 넘도록 고통을 받고 있다"며 이산가족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서로 소식조차 주고받지 못하게 만든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도록 기도하겠다"며 "마음 아파하는 그분들과 제가 영적으로 함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네딕토 16세는 또 "한반도 주변의 핵무기 경쟁의 위험은 교황청도 전적으로 공감하는 또 다른 근심거리"라며 한반도 평화에 대한 바람을 표명했다.
그는 "모든 관계 당사자들이 북한 주민 중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인도적 지원을 하는 가운데 평화적 수단을 통하여 현재의 긴장을 해결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협상을 위협할 수 있는 어떤 행동이나 조치도 자제할 것을 호소하는바"라고 강조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이에 앞서 2006년 11월 교황청 주재 신임 일본 대사인 우에노 가게후미에게 신임장을 제정하는 자리에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모든 당사자의 노력을 존중하는 가운데 평화로운 수단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국제 공동체가 가장 어려운 사람들, 특히 북한 주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 노력을 지속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또 "어떠한 협상 중단 상황이 올지라도 북한 민간인에게 심각한 결과가 초래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에서 벌어진 참사에 관해서도 위로의 뜻을 표명하기도 했다.
2008년 1월 경기 이천 냉동 창고 화재 참사가 발생하자 베네딕토 16세는 "모든 피해자를 위하여 기도하겠다"고 위로했다.
2009년 2월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했을 때는 "깊은 슬픔을 느끼며 추기경님과 모든 한국인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추모사를 발표했다.
같은 해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는 "서거를 안타까워하시며 대통령님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조의를 표명하셨다"며 당시 교황청 국무원장인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추기경이 베네딕토 16세의 뜻을 전했다.
베네딕토 16세는 2009년 7월에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 참석차 이탈리아를 방문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교황청에서 만나는 등 재임 중 현직 한국 대통령 2명을 대면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 따르면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으로 재임한 2005년 4월∼2013년 2월 한국인 성직자 8명이 새로 주교로 임명됐다.
최근 천주교 광주대교구장에 임명되며 승품된 옥현진 대주교와 인천교구장인 정신철 주교 등이 베네딕토 16세 재임 중 주교가 됐다.
한국인 최초로 교황청 장관이 된 유흥식 추기경이 2007년 5월 교황청 위원인 사회복지평의회 위원이 되기도 하는 등 베네딕토 16세 재임 중에 한국인 성직자가 교황청 위원이 된 사례가 3건 있었다.
베네딕토 16세는 2006년 2월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를 추기경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천주교의 한 관계자는 "현재 한국 천주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주교들이 베네딕토 16세 교황 시절에 다수 주교로 임명됐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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