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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창환의 제10회 조각전 '유혹-여행' 전시 모습. <드망즈갤러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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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창환의 제10회 조각전 '유혹-여행' 전시 모습. <드망즈갤러리 제공> |
노창환의 제10회 조각전 '유혹-여행'展이 10일부터 15일까지 범어성당 드망즈갤러리에서 열린다.
노창환은 대구 미술계에서 꾸준히 자신의 영역을 지켜온 중견 조각가로, 약 10년 전부터 유혹의 시리즈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그는 국내 유일의 뱀 조각가로 유명하다. 고향 가는 산길에서 문득 만난 고향 냄새 풀풀 나는 뱀에게서 두려움 대신 신비함과 아름다움을 느꼈다고 했다.
뱀은 성경에서 태초부터 금기의 동물이자 유혹과 악의 상징, 인간을 타락과 멸망의 길로 인도하는 존재로 간주됐다. 하지만 고향 가는 산길에서 만난 뱀과 신비로운 사랑에 빠진 작가는 뱀을 금기와 토템에서 구출해 내려는 그 두 번째 '유혹-여행'을 시작한다. 이번 전시는 2019년 '유혹의 시간' 이후 4년 만에 '유혹-여행'이라는 타이틀 아래 또다시 뱀을 오브제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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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창환 작. |
노창환의 뱀은 귀엽고 다감하다. 독기를 품고 똬리를 튼 뱀이 아니라, 짤막한 길이와 통통한 몸매, 일직선으로 몸을 쭉 뻗거나 구불댄다. 나무의 결을 그대로 살린 초기 작품의 뱀들에게 나타나던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이빨과 긴 혀는 원색의 채색 등장과 함께 차츰 사라진다. 다양한 유혹을 인지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대변한다는 '메두사'의 머리를 뚫고 솟아오르는 뱀에는 혀가 없을뿐더러 머리 자체가 알록달록 꽃으로 화한다.
노창환은 작가노트를 통해 "인간의 욕망은 태어나면서 지니는 본성이라고 본다. 항상 선택에 대한 갈등과 또 책임져야 하는 책임감에 나타나는 결과물은 욕망의 화두로 연결하기에 너무나 좋은 내용이다. 작품 속 사과, 메두사(medusa), 드레스, 여인의 형상은 인간의 원죄를 설명하기보다는 유혹의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라면서 "이 같은 주제를 나무라는 재료를 가지고 조형화시켜나가는 것이 나의 작업 과제"라고 전했다.
안영주 언어과학 박사(기호학 전공)는 "예술적 대상으로 당당하게 노창환의 마음 깊숙이 정좌한 뱀은 그의 작품 세계에서 기존의 종교적 시각을 뛰어넘어 인간의 유혹에 대한 다중적 시각으로써 뱀이 대변하던 문화적 기의를 모두 떼어내고 '문화의 변혁'이라는 벌거벗은 기표를 추구하는 순수 예술의 대상이 된다"며 "그러기에 그의 작품에는 은행나무, 향나무 등의 소재에서 나무의 결을 그대로 살려내어 유혹이란 주제에서 파생될 법한 폭력이나 억압, 무절제의 이미지를 정제해 내며, 금속(철) 재료에도 금속성은 없다"고 평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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