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몰아보기' 아닌 '쪼개보기'로 구독자 이탈 막는다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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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12 07:14  |  수정 2023-01-12 07:22  |  발행일 2023-01-12 제14면
OTT 편성 전략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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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편성 전략에 변화가 감지된다. 기존의 '몰아보기' 방식이 아닌, 제작을 마친 작품이 두 개의 파트로 나뉘어 공개되는 이른바 '쪼개보기' 방식으로 편성이 바뀌고 있다. 콘텐츠의 모든 회차를 한꺼번에 공개하는 것보다 순차적으로 공개해 구독자의 이탈을 방지하고, 가둬놓는 록인(Lock-in) 효과를 노려보겠다는 심산이다. 이와 함께 시즌제와 특정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프랜차이즈 콘텐츠의 글로벌 시장 공략도 본격화될 예정인데, 정부도 적극 지원에 나섰다.

◆순차 공개와 시즌제로 구독자 잡는다

수많은 플랫폼이 군웅할거하듯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OTT 시장인 만큼 올해는 K-콘텐츠 수급에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출발은 좋다. 넷플릭스에 공개된 '더 글로리'가 공개 후 단 3일 만에 2천541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단숨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3위에 올라섰다. 송혜교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은 '더 글로리'는 자신의 전부를 걸고 설계한 복수를 행하는 동은(송혜교 분)의 발걸음과 점차 파멸에 얽혀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냉정하고도 우직하게 따라간다. 해외 매체들은 "송혜교는 미묘한 연기를 통해 상처 입은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표현해 냈다"(Forbes) "시리즈의 매혹적인 미장센과 김은숙 작가의 우아한 글솜씨는 금상첨화다"(South china Morning Post) 등의 찬사를 쏟아내며 또 하나의 웰메이드 시리즈가 탄생했음을 알렸다.

넷플릭스는 이 과정에서 콘텐츠를 빠르게 소모하는 '몰아보기' 방식을 '쪼개보기' 방식으로 바꿨다. '더 글로리'는 이미 제작이 완료된 상태지만 파트1(8화)만 먼저 공개하고, 파트 2(8화)는 3월에 공개한다. 국내 리메이크작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은 전체 12화 중 1부와 2부를 6개월의 시차를 두고 지난해 공개했다. '기묘한 이야기' 역시 총 9부작의 네 번째 시즌을 한 달 시차를 두고 7개 에피소드와 나머지 에피소드를 나눠서 공개했다. 티빙은 '술꾼 도시 여자들 2'를 매주 2화씩, 디즈니+는 '카지노' 시즌1(8화)의 3화 선공개를 시작으로 매주 1편씩을 지난해 공개했고, 올해 공개될 시즌2(8화)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편성할 예정이다.


구독자 시리즈물 결제 유지 위해
파트 나누거나 시간 차 두고 공개
몰입도 떨어진다는 불만 목소리
시즌제 드라마 존재감 두드러질듯

정부, 방송영상콘텐츠 예산 확대
OTT 특화콘텐츠 제작 사업 박차
중소규모·해외 제작사 협력 지원


앞으로도 OTT는 한 시즌을 반으로 나누거나 시간 차를 두고 에피소드를 공개하는 전략을 펼 전망이다. 구독자가 다음 회차까지 결제를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선 한 번에 모든 회차를 공개하는 것보다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은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몰아보기'에 익숙해져 있는 구독자의 호응을 얻기가 우선 쉽지 않다. 벌써부터 이야기의 흐름이 끊겨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예상한 듯 넷플릭스는 기존 편성 전략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이미 시사한 바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 테드 사란도스 공동 CEO는 "시즌을 나눈 건 단지 코로나19로 인한 제작 지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시즌제로 우회 전략을 펼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작이 있을 경우 마케팅 효과가 있고, 자체 세계관을 구축해 또 다른 부가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 시즌제의 강점이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는 넷플릭스 'D.P.'와 디즈니+ '형사록' 시즌2, 티빙 '비밀의 숲' 스핀오프, 웨이브 '모범택시2' 등 예년보다 시즌제 드라마의 존재감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tvN '환혼' '미씽: 그들이 있었다'가 파트2로 돌아왔고, 영화계에서도 '베테랑2'와 '범죄도시3' 제작이 확정되는 등 특정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프랜차이즈 기획이 각광받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이 앞으로 지속된다면, 기획의 중요성과 세계관 확장이 용이한 서사 구조가 좀 더 선호되는 등 콘텐츠 제작 트렌드의 방향성을 예측해 볼 수 있다.

◆창작·제작자의 제작 기반시설 확충 지원

정부도 K콘텐츠 지원과 육성에 팔을 걷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지난 8일 방송영상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 올해 예산을 1천235억원으로 대폭 확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61억원 대비 774억원(168%) 증액한 규모다. 지난해 10.8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 'OTT 특화콘텐츠 제작 사업' 예산을 지난해 116억원에서 454억원으로 늘리고 작품당 지원 단가도 최대 30억원으로 상향했다. 이 사업은 국내 제작사와 OTT 플랫폼 간 지식재산권(IP) 공동 보유와 국내 OTT를 통한 1차 방영 의무를 조건으로 한다.

또 총 400억원 규모의 '방송영상콘텐츠 후반 작업 지원' 사업과 '중소제작사 글로벌 도약 지원' 사업도 새롭게 추진한다. 후반 작업 지원사업은 특수효과, 컴퓨터 그래픽, 번역·더빙, 화면해설 등을 지원하는 것으로, 300억원의 신규 예산이 편성됐다. 글로벌 도약 지원사업은 문체부와 콘텐츠진흥원이 중소규모 제작사와 해외 제작사의 협력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 같은 예산 확대는 지난해 최고 화제작 '재벌집 막내아들'과 같은 제작 지원 성과를 이어나가려는 취지다.

문체부 관계자는 "작년은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수상 등 한국 방송영상콘텐츠 영광의 한 해였다"며 "이러한 성과가 지속되어 방송영상콘텐츠가 우리 콘텐츠 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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