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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 입은 조선인'의 저자는 대한민국의 겉모습이 선진국의 슈트를 입고 있지만 내면은 영락없는 중세 조선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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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상 지음/타임라인/392쪽/2만3천원 |
대한민국은 공식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올랐고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되는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다. 2021년 7월2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195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했다. UNCTAD가 1964년 설립된 이래 특정국의 지위를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그러나 한국인의 삶은 팍팍하기 그지없다. 저출산·고령화, 지방소멸과 수도권 집중, 청년 실업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불평등과 양극화, 진영논리와 국론분열 등. 안타깝게도 이것이 오늘날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이다. 한국의 겉모습은 화려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볼수록 크고 작은 구조적인 문제들이 장기간 해결되지 않고 곪아 터져 이젠 '치유'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 같은 대한민국의 현실에 불만을 품고 이 책을 썼다는 저자는 한국 사회의 내부 구조와 한국인의 내면에 뿌리 박혀 있는 전근대적인 문화와 사고방식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영남일보 기자 출신으로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대외협력팀장, 대구시 경제보좌관 등을 역임했던 저자는 "한국 사회의 외양은 현대식 최첨단이고, 제도는 근대인 반면에 의식은 중세 조선에 가깝다. 그래서 현재의 대한민국을 '후조선(後朝鮮)'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다"면서 "조선-대한제국-일제강점기-대한민국으로 이어져 오는 동안, 한국 사회는 스스로 의식혁명을 포함한 근대혁명을 제대로 성취한 적이 없다. 일제에 의해 근대화를 주입당했고, 미국에 의해 인위적으로 이식되었을 뿐이었다"고 꼬집었다.
책은 제목처럼 대한민국의 겉모습이 선진국으로 슈트를 입고 있지만 내면, 즉 의식과 태도, 사고방식 등은 영락없는 중세 조선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게 주 내용이다. 이는 대한민국 전체뿐만 아니라 한국인 개개인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미래비전과 그 길을 제시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처방전은 "대한민국이 근대 이전의 조선과 같은 '수직사회'에서 근대화를 완성한 '수평사회'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수평사회로 가는 길은 '자립, 자생, 자치'라는 가치가 한국인의 내면의식에 자리 잡고 일상생활에 뿌리내리며, 헌법과 법률에 제도화되는 길이라고 단언한다.
책은 4부 11장으로 구성돼 있다.
1부 '한국의 지배운영구조'에서는 오늘날 중앙집권적 정치·행정·경제 체제가 조선의 중앙집권형 지배구조를 계승했음을 보여 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당 체제는 사색당쟁과 닮았고, 대통령은 5년마다 뽑히는 '왕'에 가깝다. 입법·행정·사법 관료들이 지배하는 중앙정부는 광역·기초 지자체를 넘어 읍·면·동까지 좌지우지하고 있는 반면 지방은 중앙에 예속돼 자생적 기획력을 상실했다.
2부 '한국인의 세계관과 지식습득방식'에서는 한국인의 사고방식이 조선시대 양반의 사고방식과 닮았고, 공부 방법도 여전히 과거(科擧)를 준비하던 방식임을 밝히고 있다.
3부 '한국 사회의 유인보상체계'에서는 오늘날 성공하거나 부자가 되는 방식은 조선시대 방식이 여전히 유효함을 지적하고, 제4부 '한국의 인력양성체제'에서는 개인들이 돌봄을 받는 과정(부모 입장에서 자녀양육과정), 교육받는 과정 그리고 노동하는 과정에서 조선시대의 의식과 문화의 영향을 받아 성장과 독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앞으로 진정한 근대화의 완성(선진화)은 조선을 계승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을 철저히 극복하는 데 달려 있다"면서 "전통(조선)과 현대(한국)가 공존하는 사회를 긍정할 것이 아니라, 조선 사회의 제도와 의식, 문화가 한국의 발전에 걸림돌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 걸림돌을 제거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 사회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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