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의 트렌드 스토리] 컬트와인...가격 자체가 마케팅…그 깊은맛과 향에 매료

  • 이재훈 영진전문대 호텔항공관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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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13 08:03  |  수정 2023-01-13 08:22  |  발행일 2023-01-13 제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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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리밍 이글(Screaming Eagle)과 펜폴즈 그랜지(Penfolds Grange)의 공통점을 아는가? 힌트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과 한 번만 듣고도 이들의 매력에 반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정답은 둘 모두 '컬트와인'이라는 것이다. 컬트와인의 cult는 숭배, 예찬의 뜻을 담고 있으며, 같은 단어가 사용된 '컬트영화(cult film)'는 소수의 집단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영화를 뜻한다. 컬트와인 또한 소수의 집단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와인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첨단기계 이용해 포도알 품질 관리
年 200상자 생산 4천명 대기 '소비뇽'
수령하기까지 5년 '헌드레드 에이커'
비평가 평가·가격·역사적 배경 충족
소수의 마니아에게 열광적 지지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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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영진전문대 호텔항공관광과 교수

◆나파 밸리의 기적

컬트와인의 시작은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나파 밸리(Napa Valley)에서 시작된다. 그 당시 역사적 상황과 잘 어우러져 나파 스타일은 입지를 더욱 다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평가에 있어 경쟁하던 프랑스 와인의 평판과 역사에는 부족했던 나파는 더욱 좋은 와인을 생산해야만 했다. 이를 위해 나파 지역의 가장 훌륭한 품질을 자랑하는 카베르네 소비뇽과 재배하기 위한 땅을 준비하여 특별하고 구하기 어려우며 아주 훌륭하여 비싸더라도 좋은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그 생산 지역이 나파 밸리에서 벗어나 캘리포니아 전역으로 확대되었고, 포도 품종 또한 카베르네 소비뇽뿐만 아니라 시라, 메를로, 피노 누아, 샤르도네 등으로 확장되었다.

캐치프레이즈를 '비싸고 좋은 와인'으로 내세운 컬트와인은 그 가격 자체가 마케팅이었다. 기존 와인 시장이 아닌 럭셔리 명품 시장에 이를 내세운 것이다. 비평가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으면 가격은 높아지고 와인의 지위까지 연쇄적으로 높아지는 것이다. 처음 소개했던 스크리밍 이글은 평균 4천달러(약 500만원)이며 펜폴즈 그랜지 2018년은 소비자가가 250만원이다.

물론 단순히 비싼 가격만이 컬트와인의 매력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본격적인 와인 제조 전에 포도를 선별하는 작업을 거치는데, 영어로는 '소팅(Sorting)', 프랑스어로는 '트리아주(Triage)'라고 부른다. 나파의 와이너리에서는 빛을 쏜 후 그 투과율에 따라 소팅을 하는 첨단 기계를 이용하여 포도알 품질을 관리한다. 희소성 또한 그 매력을 높인다. 컬트와인 1세대 격인 '그레이스 패밀리 카베르네 소비뇽'은 연간 생산량이 200상자에 못 미치지만, 대기자는 4천명이 넘으며, '헌드레드 에이커 와이너리(Hundread Acre Winery)'의 연간 생산량은 1만2천병뿐이어서 매년 3천명 이상의 대기 리스트가 작성되며 실제 수령까지는 5년이 걸린다.

◆인정받으려면

컬트와인으로 인정받기 위한 몇 가지 요인이 존재한다. 주로 비평가들의 평가와 가격, 빈티지와 역사적 배경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절대적인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스크리밍 이글(Screaming Eagle)은 1992년 빈티지는 비평가로부터 99점을 받아 나파 밸리에서 가장 비싼 와인이 되었다. 이를 기점으로 나파의 컬트와인 스타일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반대로 헌드레드 에이커 와이너리는 2000년에 데뷔하여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여준 와이너리 중 한 곳이다. 2000년 데뷔 이후 세계적인 와인비평가인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을 22번 받을 정도로 컬트와인 문화에 앞장서 있다. 붉은 장미, 블루베리, 라즈베리, 라벤더 등의 복합적인 향이 코를 통과하며 단단한 타닌과 부드러운 과실이 혀에 도달한다.

그레이스 패밀리·카베르네 소비뇽은 컬트와인의 시초인 컬트 와이너리이다. 흥미로운 점은 오너인 딕은 과거 알코올 중독이었으며 이후에도 이를 걱정하며 와인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또한 모든 수익금을 자선활동에 사용하여 와이너리 이름과 같은 '은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할란 이스테이트는 비평가 로버트 파커에게 가장 많이 만점을 받은 것으로 유명한 와이너리이다. 로버트 파커는 "캘리포니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깊은 맛의 레드 와인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포도를 수확할 때에도 으깨지 않은 상태로 줄기를 제거하고 꼼꼼한 소팅 작업을 두 차례 진행한다. 펌프를 이용하지 않고 부드러운 침출 방식으로 포도를 옮기며,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 조화로운 타닌 성분을 얻어낸다. 1985년 설립했지만 첫 와인은 무려 11년 뒤인 1996년에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독특한 레이블링으로도 유명하다. 할란은 빈티지 우표 수집가이다. 19세기 음각 지폐 느낌의 레이블을 와인에 적용하길 원했으며 수소문 끝에 19세기 방식으로 미국 지폐를 만드는 인쇄 기술자 중 마지막 생존자를 찾아내어 그들의 레이블을 만들었다. 


<영진전문대 호텔항공관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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