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代 가업 이어 전통 막걸리의 맥 지키는 봉화 '법전양조장'…술 본연의 쓴맛 살린 '청량주' "맛보면 딴 막걸리 못먹어요"

  • 황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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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18 07:23  |  수정 2023-01-18 07:36  |  발행일 2023-01-18 제15면
1대 강우원 이은 강희국 대표
전통 살려 술 빚는 장인의 삶
최근 아들 함께…3대 68년째
"100년 뿌리기업 되게 이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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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전양조장 강희국 대표가 2대를 이어온 술항아리를 어루만지고 있다. <봉화군 제공>

전통 막걸리의 맥을 잇겠다는 소신 하나로 옛 제조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산골 오지의 작은 양조장들이 있다. 경북 봉화군 법전면 법전리에 있는 '법전양조장'도 그중 하나다.

1955년 문을 연 법전양조장은 1대 주조사 강우원 대표에 이어 현재는 강희국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강희국 대표의 아들도 최근 제조와 운영에 참여하면서 3대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양조장 문을 연 지 60년이 훌쩍 넘었다. 강희국 대표는 서울에서 생활하던 27세 때 아버지의 부름을 받았다. 고향으로 돌아와 양조장 경영을 시작했고 어느덧 40년 세월이 흘렀다.

법전양조장의 술 빚는 방식은 술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그래서 아직도 옛 제조 방식을 구현하면서 전통주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산 쌀만을 사용해 지은 고두밥에 쌀 입국을 띄워 발효한다. 발효는 그냥 되는 게 아니다. 수시로 온도를 측정하고, 뒤집는 등 발효 상태에 따라 다음 공정이 진행되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과 많은 손길이 필요하다.

또 2단 삽입 과정에선 재래식 누룩이 들어간다. 가미(加味)작업은 손으로 하지 않는다. 미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찾아 환경을 만들어주는 등 공정 대부분이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강 대표는 "예전엔 장작을 때고 조개탄이나 연탄 등으로 고두밥을 지어 숙성을 했다. 그런데 온도가 일정치 않았던 탓에 제대로 된 맛을 내는 데 어려움이 많았고 숱하게 버리기도 했다"며 "지금은 시설 및 재료도 좋아 비교적 일관된 공정으로 술을 만들 수 있게 됐다. 많은 정성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법전양조장의 '청량주'는 쓴맛이 난다. 단맛이 대세인 주류시장에서 그는 술 본연의 맛인 쓴맛을 내는 데 노력했고, 지금도 그 맛을 유지하려고 무던히 애를 쓴다. 이제는 제법 마니아층도 형성돼, 서울의 막걸리 바에서도 주문이 이어지는 등 찾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다.

그는 "청량주는 요즘 젊은이들 입맛에는 맞지 않는 좀 유별난 술"이라며 "흔히 들어가는 물엿·구연산·올리고당을 쓰지 않고 전통 맛을 구현하다 보니 처음에는 맛이 생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젊은이들도 한번 맛을 들이면 다른 막걸리는 못 먹는다"며 강한 자부심을 보였다.

2010년 우리술 품평회에서 '청량주'는 생막걸리 부문 최우수 제품으로 선정될 정도로 그 맛과 품질을 인정받았다. 이젠 소비자가 직접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 대표는 "법전양조장이 2대에 그치지 않고 3대, 4대 계속 이어져 100년 전통을 이어가는 뿌리 기업이 됐으면 한다"며 "술이 맛있다며 전화하시는 목소리를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법전양조장을 찾아주시는 이들에게도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런 분들이 있기에 술을 빚으며 명맥을 유지할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황준오기자 joon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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