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의 메타명리학] 마음과 질병(상) 욕망과 감정에 집착…오장육부에 과부하

  • 이재호 사주공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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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20 08:21  |  수정 2023-01-20 08:26  |  발행일 2023-01-20 제37면

지난 회에서 치유학으로서의 음양오행론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 핵심은 중화, 즉 조화와 균형의 마음자리에 있음을 강조했다. 명리학이 현실에선 길흉 예측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지만, 한편으론 '마음학'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마음공부에 필요한 여러 소프트웨어도 많이 담고 있다. 중국 한의학의 바이블 격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 보면 '염담허무(恬淡虛無)'라는 표현이 나온다. 욕심을 내려놓아 편안하고 집착됨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한의학에선 이 상태를 최고의 정신적·육체적 수양 단계로 본다. 이렇게 하면 진기종지(眞氣從之) 정신내수(精神內守) 병안종래(病安從來), 즉 참된 생명 에너지가 흘러나오고, 이에 따라 내적으로 몸과 마음이 잘 다스려지니 어찌 병이 생기겠는가라고 말한다.

행복한 삶 위한 첫 번째 조건은 '건강'
몸·마음 잘 다스리면 병도 못 들어와

자아의식 '에고' 인한 괴로움의 시작
종일 작동 머릿속 생각 잘 관리해야
마음 작용 균형 깨지면 병도 들어와


◆병 없는 행복

인간 누구나 병 없이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욕심을 내려놓고 집착됨이 없어야 하는데,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참나', 즉 견성(見性)의 자리를 의미한다. 동양철학에선 인간을 흔히 '계란'에 비유한다. 자세히 보면 중앙에 노른자가 흰자를 품고 그것을 다시 얇은 막과 외부껍질이 감싸고 있다. 인간도 계란처럼 노른자에 해당하는 참나, 즉 영(靈)이 핵심에 들어있고, 그것을 혼백(魂魄)과 육체가 둘러싸고 있다는 거다. 혼은 귀신과 구름이 결합한 글자로서 죽으면 육신을 떠난다는 의미며, 백은 귀신과 뼈(희다는 의미의 백(白) 자는 뼈를 의미)가 결합하여 육신의 기운(氣運)이 된다. 인간이 죽으면 혼은 날아가고 백은 사방에 흩어진다고 해서 '혼비백산(魂飛魄散)'이다. 참나 바로 곁에 있는 혼(魂)은 인간의 생각과 감정 혹은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에 의한 오감을 말한다. 흔히 에고(ego)라 말해지는 자아(自我)의식이다. 자, 바로 이런 구조 때문에 인간의 괴로움은 시작된다고 한다. 문제의 본질은 견성한 '참나'의 자리를 에고인 '혼'이 주인 노릇을 호시탐탐 노린다는 데 있다. 이 에고는 잠시도 쉬지 않는다. 죽는 그날까지 자기가 '나'의 주인이라고 주장한다. 유불선 모두 회통(回通)하고 있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이런 관점으로 인해 마음의 중요성과 동양의학 질병론도 함께 탄생한 것이다. 불교에선 중도(中道), 유교에선 중용(中庸), 도가에선 선도(仙道), 힌두교에선 해탈, 기독교에선 사랑을 각각 그 실천 덕목으로 삼고 있다는 차이뿐.

◆에고 인문학

우리의 건강은 에고에 의해 항상 도전을 받는다. 내가 이해하기론 에고 자체보다는 에고가 만드는 감정에 집착할 때가 진짜 문제이다. '참나'는 보통 천인합일, 즉 하늘이 바로 '나'라는 우주의식을 말한다. 우주의식이라 함은 분별이 없는 의식을 말한다. 집착됨이 없다는 거다. 우주는 만물이 하나로 존재함을 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와 너의 분별이야말로 거대한 착각인 거다. 하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사회란 만인과의 투쟁의 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간격이 좁혀지지 않는 한 인간은 에고라고 하는 감정의 파편을 언제든 맞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불교 참선수행에 있어 핵심 키워드는 '불이중도(不二中道)'이다. 둘로 분별하지 않아야만 참된 진리의 자리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정말 쉽지 않은 세계처럼 보이는데, 아무튼 선지식의 가르침에는 항상 '참나'를 외부가 아닌 자기 내부에서 찾아라 한다.

◆참나의 묘리

그런데 그런 에고를 걷어내고 '참나'를 찾는 것이 종착점은 절대 아니라는 시각이 있다. 자기 내면에서 '참나', 즉 견성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또 다른 형태의 에고 사랑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지적했듯이 제1원인, 즉 우주의 근본 시작점에 대한 이해(즉 깨달음)가 없는 한 진정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관점이다. 프로이센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1724~1804) 역시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순수이성 비판론을 전개한다. 결론은 인간의 이성으로는 신과 영혼 자유 같은 제약이 없는 것들의 한계를 절대 인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이 행복해지려면 도덕적이어야 하는데 그러나 자연계의 법칙상 즉각적 보상은 보장받질 못한다. 그래서 인간이 할 일은 그것을 가능케 해주는 신의 현존을 '요청'하는 것이다. 이것이 칸트의 '요청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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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사주공학연구소장

◆오운육기

행복의 첫 번째 조건은 누가 뭐래도 건강이다. 동양 음양오행론에선 종일 작동하는 머릿속 생각을 잘 관리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생각을 없앨 수가 없다면 균형을 잘 취하라는 것이다. 그 균형이 깨질 때 병이 생긴다는 메커니즘에 기초한 것이 동양의학이고 그 바이블이 황제내경이다. 여기엔 '오운육기'의 원리가 들어 있는데, 그냥 참고로만 말하자면 다섯 운(運)과 여섯 기(氣)라는 것은 천간(天干)의 다섯 가지 합(合)작용과 지지(地支)의 여섯 가지 충(沖)의 작용을 말한다. 천간과 지지의 합충 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 기후적 현상이 인체에 영향을 준다는 거다. 기후적 작용이 바로 마음의 작용과 같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작용 역시 인체에 기후적 현상을 만든다는 의미다. 마음의 작용엔 여러 가지가 있다. 의식주 문제부터 자신의 명예와 권력욕 그리고 정서적 및 성적인 욕망까지 다양하다. 이런 갖가지 욕망과 감정이 편향될 때 기후 현상이 만들어지고 그렇게 되면 그것과 기(氣)로 연결된 해당 오장육부에 과부하를 걸어 탈이 난다는 사유방식이다.

사주공학연구소장 logoswater@hanmail.net


필자 이재호는 미국 뉴욕대(NYU)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미래에셋증권 상무, 숙명여대 멘토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 사주공학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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