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역사도시대구복원] 대구형무소·독립운동기념관…항일투사 206명 순국 '대구감옥' 무대책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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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30 07:04  |  수정 2023-01-30 07:06  |  발행일 2023-01-30 제3면
서대문형무소보다 순국 많아도
터 알리는 안내판·추모벽 고작
역사적 의미 깊은 국내외 감옥
교육현장·관광명소화 수두룩
옛 대구형무소 모습과 호남의병장
일제가 이른바 '남한폭도대토벌작전'이란 미명으로 체포한 호남 의병장들(1909년 광주감옥)과 옛 대구형무소(중구 삼덕동) 모습을 합성한 사진. (출처=묻힌 순국의 터, 대구형무소)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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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가 자체적으로 제작한 (가칭)대구독립운동기념관 조감도.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 제공〉

대구는 '독립운동의 성지'이자 삼남(三南, 영남·호남·충청)지역 '독립운동가의 집합소'다. 400여 년 경상도의 수부였던 대구는 독립운동의 산실이면서 주요 활동무대였다. 제6차 교육과정 국정 고교국사에 '1910년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독립운동단체는 대한광복회'라고 언급돼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9년 10월1일 국군의날 기념사 중 "대구는 대한광복회가 창립된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진 곳"이라고 했다.

◆독립운동의 산실 대구

대한광복회와 조선국권회복단, 의열단, 국채보상운동 등은 대구에서 배태됐다. 구한말 최초 의병 문석봉, 국채보상운동 주창자 김광제·서상돈, 대한광복회 지휘장 우재룡, 조선국권회복단 통령 윤상태, 조양회관 건립자 서상일, 의열단 부단장 이종암, 3대에 걸친 독립운동가 김진만, 4가족 독립운동가 이두산, 임정요인 현정건과 그의 동생인 일장기 말살 의거 주역 소설가 현진건, 중국 정규군 장군 이상정과 동생인 민족시인 이상화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대구에서 배출됐다.

대구에는 또한 전국에서 유일한 독립운동가 묘원인 국립신암선열공원이 있다. 이처럼 대구만으로 대구독립운동기념관이 건립될 명분은 차고도 넘친다. 대구독립운동기념관 내에 대구형무소 역사관을 따로 두자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구독립운동기념관의 콘텐츠가 그만큼 확대되고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1910년 일제에 의해 대한제국이 강제 병탄된 뒤 대구감옥(형무소)은 서울 서대문감옥(서대문형무소), 평양감옥(평양형무소)과 함께 3대 감옥의 하나로 전국의 숱한 독립운동가의 순국 현장이 됐다.

대구감옥 수형자 중 순국 독립운동가 수는 영남 98명(48%), 호남 76명(37%), 강원 15명(7%), 충청 13명(6%), 제주도 3명(1.5%) 순이다. 이 중 58%가 의병 활동이 죄목이며 나이는 19세부터 74세까지 다양했다. 대구형무소에서 순국한 독립유공자는 2021년 6월 기준 206명(서훈 202명, 미서훈 4명)으로 서대문형무소 순국 독립유공자 195명(서훈 175명, 미서훈 20명)보다 11명 많다. 1925년 인구 비례로 볼 때 서울의 1.6배, 부산의 3배, 인천의 5배다.

◆대구감옥 역사와 복원

대구감옥은 1601년 경상감영 설치 후 감영 내 좌옥과 우옥을 뒀다. 좌옥은 서문로교회 터(대구 중구 서내동 8-1)이며, 우옥은 대안성당(대구 중구 대안동 31-11) 자리로 추정된다. 일제는 1909년 9월 대구 중구 삼덕동에 대구감옥을 신축하고 이듬해 4월17일 이전한다. 1923년 5월 대구감옥이 대구형무소로 개칭되고 광복 이후 그대로 사용되다 1961년 대구교도소로 명칭을 변경한다. 1971년 6월1일 60년간의 '삼덕동 대구교도소 시대'를 마감하고 달성 화원으로 이전해 50여 년간 유지하다 올 하반기 달성 하빈면으로 다시 이전할 계획이다.

1908년 건립된 서울 서대문감옥은 형무소~교도소~구치소를 거쳐 경기도 의왕으로 이전했다. 기존 서대문구치소는 1988년 2월 '사적'으로 지정됐다. 1992년 8월15일에는 인근 독립문을 포함한 3만여 평이 서대문독립공원으로 조성됐다. 서대문구치소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1998년 개관한 것과 달리 대구 삼덕동 교도소 터는 당국의 무관심과 무대책 속에 주거 및 상업용지로 변경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나마 3년 전부터 삼덕교회가 옛 감옥 터를 알리는 안내판을 만들고, 수형생활을 했던 이육사 시인의 기념공간을 마련했다. 이후 중구청에서 대구형무소 순국 206위의 명단을 모두 새긴 안내판을 추가로 설치해 '추모의 벽'을 만들었다.

삼덕교회는 2021년 7월 중구청과 교회 창립 60주년 기념관 2층 일부를 대구형무소 이육사기념관(예산 12억원)으로 조성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중구의회에서 예산 편성이 부결돼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현재 이육사 관련 기념관으로는 경북 안동 생가터에 조성된 문학관이 있고, 대구에는 이육사기념관(중구 남산동), 이육사작은문학관(중구 북성로) 등이 있다.

◆다크투어리즘과 교육적 효과

역사적 의미가 깊은 형무소를 보존 또는 복원해 다크투어리즘(역사적 아픔의 장소나 현장을 돌아보는 여행)으로 활용한 예는 많다. 안중근 의사, 신채호·이회영 선생 등이 순국한 중국 다롄의 뤼순감옥은 한국 관광객의 주요 코스다.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베트남 하노이 호아로감옥, 미국 샌프란시스코 알카트라즈감옥, 일본 홋카이도 아바시리감옥, 태국 푸꾸옥감옥, 호주 퍼스의 프리맨틀감옥, 이탈리아 로마 마메르티노감옥 등도 인기 관광지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방문객은 매년 70만명이 넘고, 전북 익산교도소는 지난해 한국관광공사 주관 '대한민국 안심관광지'에 뽑혔다. 이 밖에 프랑스 바스티유감옥, 대전 형무소 터는 광장 또는 평화공원 등으로 조성됐으며 역사교육 및 추모 공간으로 관광자원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14일 광주전남지역 지자체와 보훈청 관계자가 삼덕동 대구형무소 터를 방문해 호남 출신 의병(장)과 독립운동가를 기리고 추모했다. 9월22일엔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이 직접 이곳을 찾아 헌화하고 추모했다. 앞서 2018년부터 매년 10월 제주4·3희생자유족회원 등이 이곳을 찾아 추념하고 있다. 대구시장 재직 시 독립운동기념관을 건립하지 못한 걸 후회한다고 언급한 적 있는 문희갑 전 대구시장은 "팔공산 자락이나 대구 도심 적당한 터에 대구독립운동기념관이 우뚝 서고 대구형무소역사관이 재현돼 후세에 올바른 역사교육이 이뤄질 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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