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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신간 '정세현의 통찰'은 국제정치학을 공부하고 반평생 현장에서 통일문제를 다뤄온 저자가 삼국시대부터 현재까지 국제정치의 역학관계 속에서 우리가 취한 길들을 되짚는다. 〈푸른숲 제공〉 |
국제정치학을 공부하고 국토통일원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저자는 늘 한반도의 통일 문제를 외교 문제와 평행선으로 두고 국내외 정세를 고민해 왔다. 오랜 시간 이러한 고민을 해 온 저자가 고안한 개념은 바로 '자국 중심성'이다. 외교든 통일문제든 결국 자국 중심성이 있어야만 강대국들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음을 몸소 깨달은 것이다.
책은 오랫동안 국제정세 흐름을 파악하고 기민하게 읽어온 저자의 외교적 혜안을 '자국 중심성'이란 시선으로 풀어낸다. 국제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여전히 유효한 북핵 문제 해결법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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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지음/푸른숲/292쪽/1만9천원 |
무엇보다 이 책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요긴한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과 독일이 강대국으로 부상한 19세기 국제질서가 격동했듯이, 본격적인 G2 시대가 시작된 21세기 이후 국제질서는 다시 격동하고 있다. 우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그 적나라한 현실을 보고 있다.
총 5부로 구성된 책에서 저자는 먼저 '조폭의 세계'와 다름없는 외교의 적나라한 본질을 여러 역사적 장면을 통해 보여주고 현재의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이 가진 국력의 핵심과 야망의 실체를 짚는다.
2부에서는 중국이 천하를 거느리던 '팍스 시니카' 시절, 한국과 중국, 일본 세 나라의 관계를 되짚는다. 세 나라 중 일본이 왜 가장 먼저 국제질서 속에 편입될 수 있었는지, 또 유난히 중국에 기대었던 한국의 외교정책을 일본과 비교해 보며, 이 두 나라가 지금과 같은 국제적 위치를 어떻게 얻게 됐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국이 서양 세력에 의해 빨리 무너진 이유도 담겨있다.
3부에서는 미국이 세계를 장악하는 과정과 그 속에서 한국의 국제관계를 살핀다. 이승만 정부를 시작으로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부가 맺은 한미관계, 나아가 정전협정 이후 남북관계를 통해 한반도를 중심으로 펼쳐진 국제정세의 흐름을 역으로 유추할 수 있다.
4부와 5부에서는 김영삼 정부를 시작으로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의 주요한 외교정책을 설명한다. 특히 시계열적 개념으로 분석한 북핵 문제 관련 사건들의 인과관계를 통해 북핵 문제가 누구의 책임인지 밝히고 때로는 미국도 비판해야 하는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북핵 문제와 우리 외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다시금 강조한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결심해야 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솔직한 견해도 포함돼 있다. 특히 남북통일이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한 저자의 견해 역시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저자는 나라의 녹을 먹으며 배운 경험들이 늘 공공재라고 생각했다. 최초의 북핵실험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고, 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까지 세 번의 정부에서 요직을 거치며 국제정치라는 험난한 파도 속에서 대한민국의 역할을 고민해 왔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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