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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통의 영양 탁주가 은하수 이름으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영양군 제공> |
100년 전통의 '영양 양조장'이 경영난으로 생산이 중단된 지 5년여 만에 대폭 업그레이드돼서 돌아왔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해 근대건축물의 문화재적 가치를 보존하고 현대식 양조기술을 접목한 양조장으로 거듭난 것. 우리 음식문화과 건축문화를 두루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는 이색공간으로 변모했다. 이 곳에서 제조된 전통 막걸리는 곧 '은하수'란 브랜드를 달고 대량 생산을 앞둔 상태다.
영양군은 올 초 생산협력·다짐·상생의 의미로 합수 잔에 붓는 합수 퍼포먼스와 테이프 커팅식, 양조장 투어, 음식디미방 전통음식을 곁들인 시음회를 가지며 '영양 양조장의 귀환'을 지역민에게 알렸다.
영양읍 동부리(1천438㎡ 부지)에 있는 이 양조장은 영양군 중심부에 위치하며 군민과 희노애락을 함께한 생활 터전이었다. 1915년 일제강점기에 시작해 3대가 100년 넘게 오롯이 막걸리만을 제조했다. 하지만 2018년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면서 소비자들 뇌리에서도 잊혀졌다.
이에 영양군이 2019년 영양군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교촌 그룹과의 업무협약 체결하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총 29억 원(국비 12억원 포함)을 투입한 양조장은 1915년 개설한 막걸리양조장 원형을 최대한 보존해 문화재적 가치를 높였다. 막걸리 제조·체험·전시 공간은 물론 청춘주막·청년창업공간을 구비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지난 12월 완공했다.
'양조장 역사전시관'엔 양조장 100년의 스토리텔링이 가득하다. 자료 사진·도구 등을 전시하고, 건물 전체를 돌아볼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청춘주막 어울마당'은 지역민과 관광객이 어울려 특산물·막걸리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양곡창고'일부를 개조해 청년창업공간으로 만들었고, 막걸리 제조시설을 정비해 체험·판매장으로 사용한다.
영양 양조장은 충북 단양 '대강 양조장(1918년)'보다 3년이 빠르고 경기 평택 '지평 양조장(1925)', 충북 '진천 양조장(1930)', 충남 '당진 양조장(1933)'보다 10~20년 가량 역사가 앞선다.
한 막걸리 애호가는 "옛 막걸리를 맛볼 수 있어 정말 감개무량하다. 보릿 고개 시절 마시던 때가 그립다"며 옛 추억을 떠올렸다. 리모델링 이전까지 영양 양조장 정문 문기둥엔 숫자 '6'이 새겨져 있었다.
일제강점기때 영양에서 여섯 번째로 전화기가 설치된 것을 기념한 것이다. 당시 영양지역 통틀어 전화기가 10대뿐이었다. 양조장이 영양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높았다는 의미다. 이 숫자는 지금도 고히 보관 중이다.
영양군은 다음달 쯤 전통 막걸리 '은하수'와 새롭게 만든 특색 있는 공간들을 전국 최대규모의 '자작나무숲(수비면 죽파리)'과 연계해 체류형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오도창 영양군수는 "재운영되는 양조장이 소중한 지역 문화유산 보존,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운철기자 baeuc@yeongnam.com

배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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