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류종필 '어머니의 땅 2023-1' |
![]() |
류종필 |
봄갤러리(대구 중구 서성로 21)가 20일부터 26일까지 '류종필 초대전'을 선보인다. 작가의 열두 번째 개인전으로 최근 작품 25점이 전시된다.
류종필은 농경 사회에서 가족을 위해 호미로 종일 밭을 일구던 어머니의 사랑과 현대인들이 행하는 다양한 노동의 의미를 화폭에 담아왔다.
이번 전시에 사용한 폐종이는 현대인의 노동, 호미는 어머니, 꽃과 비는 희망을 표현한다. 작가는 화업 초기부터 목가적 화풍에 중점을 두고 소재를 찾았다. 그러던 중 농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그릇 이미지에 착안해 의인화한 작업에 천착한다. 밥그릇은 한낱 무기물에 불과하지만, 생명력을 지탱해주는 소중한 식도구라는 점에서 사람에 견주어 추상적 생명체로 표현한 것이다. 한동안 그렇게 질그릇을 의인화한 삶의 철학을 추구하며 작업에 열정을 쏟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소박하고 평화로운 고향의 농경지에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서정적 풍광(風光)에 빠져들면서 어머니 손에서 잠시도 떠나지 않던 농기구 호미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가장 한국적인 세시풍습이 스며 있는 호미에서 회화적 영감을 얻어 작품 소재로 삼았다.
어릴 적 어머니의 치마폭을 맴돌며 흙먼지가 풀풀 이는 밭을 갈고 김을 매던 기억을 되살려 꽃과 비, 숫자, 글자 등을 배경에 삽입하고 '향수'와 '모정'을 압축·은유적으로 이미지화했다. 특히 신문지, 파쇄지, 폐박스 등 버려진 종이를 재활용해 물에 적셔 반죽한 다음 요철로 만들어 도드라짐을 강조한 작품은 작가의 독특한 창작 기법을 돋보이게 한다.
류종필은 "우리 주변 모든 사람 모습이 가족을 위해 호미로 밭을 갈고 김을 매며 억척스럽게 역경을 헤쳐온 우리네 어머니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의 농기구인 호미의 이미지를 통해 그런 삶의 철학을 형상화했다"고 말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