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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의 데이비드 애튼버러 경이 보르네오섬의 오랑우탄 '찰리'에게 차를 먹이고 있다. 〈지오북 제공〉 |
지금은 TV 방송을 제작하기 위해 열대의 나라들을 탐험하는 일이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지만, 1950년대라면 사정은 사뭇 달랐다. 데이비드 애튼버러는 1932년 TV가 발명된 지 고작 20년이 지난 1952년 BBC의 PD가 됐다. 그리고 28세이던 1954년 '동물원 탐사(Zoo Quest)'를 기획하고 인기를 얻는다.
인기의 비결은 비록 흑백TV 시대였지만 자연 속 동물들의 생생한 모습을 담은 영상과 스튜디오 생방송의 묘미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동물 프로그램을 만든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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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애튼버러 경 지음/양병찬 옮김/ 지오북/512쪽/1만9천500원 |
1950년대 생생한 정글탐험기 담아
지구 누비며 기록한 자연史 시리즈
국내서도 TV프로그램으로 소개
이후 데이비드 애튼버러는 해외촬영을 위해 방송사 간부들을 설득하고 35㎜ 필름 대신 당시에 아마추어용이라고 했지만 휴대하기 편한 16㎜ 필름과 장비를 들고 런던 동물원의 사육사 잭 레스터, 카메라맨 하를레스 라구스와 함께 아프리카로 향했다. 시에라리온 열대우림의 유일한 희귀 동물 흰목바위새를 세계 최초로 촬영하고 클로즈업한 개미의 모습을 화면에 담고 살아있는 새를 스튜디오에서 선보였다. 방송은 대성공이었고 '동물원 탐사'는 이 책의 무대가 된 가이아나와 인도네시아, 파라과이로 해외탐사를 이어갔다.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부터 방송한 '동물의 왕국'이란 프로그램으로 소개됐다.
애튼버러는 승승장구한 BBC '동물원 탐사'의 PD이자 진행자였지만 당시 해외탐사지의 여건은 험난하고 고되기만 했다. 더욱이 동물을 산 채로 영국으로 데리고 가는 일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특유의 긍정적 마인드로 역경을 헤치고 '특명'을 완수한다. 책에는 애튼버러가 '동물원 탐사'의 첫 해외촬영을 하게 된 이야기부터 촬영 때마다 집필했던 1~3차에 걸친 남미 가이아나, 파라과이와 인도네시아 발리, 보르네오, 코모도 섬을 탐험한 여행기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에튼버러는 70년 경력에 빛나는 다큐멘터리 거장이자 자연사학자다.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지리학과 동물학을 전공한 후 출판계에 잠시 종사하다가 BBC에 입사했다. 1954년 BBC 다큐멘터리 '동물원 탐사' 제작 후 그는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명의 모습을 탐사해 시청자들에게 소개해 왔다. 대영제국 훈장, 메리트 훈장 등 여러 분야의 훈장과 상을 수상했으며, 1985년 기사작위를 받았다.
책은 BBC의 '동물원 탐사' 시리즈를 제작하며 데이비드 애튼버러가 처음으로 직접 출연하는 계기가 된 사건부터 적고 있다. 스튜디오에서 동물을 소개하는 진행자 잭이 시리즈의 첫 회가 방영된 다음 날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이다. 잭을 대신할 사람으로 데이비드 애튼버러가 지목됐고 그 이후부터 시리즈 내내 스튜디오에서 동물을 직접 선보이게 됐다.
'동물원 탐사' 시리즈를 기점으로 데이비드 애튼버러는 자연사 다큐를 촬영하기 위해 진화의 섬 갈라파고스와 생태계의 보고 마다가스카르, 북극과 남극까지 발을 디뎠다. 지구상에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은 없다고 할 정도이다. 그의 대표 방송 시리즈로는 '생명의 위대한 역사(Life on Earth)' '살아있는 지구(Planet Earth)' '아름다운 바다(The Blue Planet)' '식물의 사생활(The Private Life of Plants)' 등이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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