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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련 '선거의 피부(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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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Color of Spring(봄의 색·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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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예 'Landscape(풍경·2023)' |
김미련, 최영, 김건예 작가가 참여하는 '봄 Spring' 전시가 오는 19일까지 대구 아트스페이스펄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전시명 답게 '봄'이다. 참여 작가들이 자각한 저마다의 봄을 엿볼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세 작가는 작품활동을 통해 코로나 팬데믹의 그림자 속에서 켜켜이 쌓인 모호한 현실을 깎고 지운 후 다시 그려냈다. 창작 과정에서 투영된 작가의 심리적 불안은 밝은 미래에 대한 회의와 희망이 겹쳐진 물성과 감성으로 나타난다.
김미련 작 '선거의 피부'는 선거 홍보를 위해 뿌려진 포스터 수 십장의 두툼한 무게감이 갈려나가며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착시와 착각의 방식이 주는 비현실적 괴리감을 일깨운다는 의미를 담았다. 작가의 작업에서 드러나는 것은 눈에 익숙하지도 않고 선명하지도 않다. 그러나 그 형상들이 깎여나간 결과물은 창작의 빛 속에서 건져 올린 잔상들이다.
최영 작 'Color of Spring(봄의 색)'에서 그려진 색색의 점과 선과 면은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부유하듯 공간적 깊이 속에서 거리감을 유지한다. '봄의 색'은 배경과 형상의 관계를 통해 죽은 듯 살아나 공기와 바람과 햇살로 피어난다. 종이에 프린트된 모노톤의 저용량 이미지를 잉크가 스며든 부분만 남기고 마치 피부의 각질을 벗기듯 지면의 겹을 벗겨냈다. 이 작업은 종이(혹은 한지)프린트 이미지가 겨울과 봄 사이의 시각적 효과를 통해 심미적 공간을 시·촉각적으로 지각한 회화로 핀 봄의 전령이다.
김건예 작 '풍경'은 검은 나무숲이 산 능선이 되어 화면을 근경과 원경으로 나누며 공간의 깊이를 더한다. 가까이 그리고 멀리 보이는 산 능선은 마치 산불에 타버린 풍경처럼 검은 나무숲으로 이어져 있고, 그 사이사이 푸른빛이 감도는 나무는 아스라이 희망을 품는다. 자연의 섭리인 생명의 순환인 탄생과 소멸의 시·공간적 의미도 담았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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